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전의 날’을 맞은 자유한국당의 남은 전략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뿐이었다. 줄곧 선거법 합의를 거부해온 자유한국당은 23일 4+1 협의체가 선거법 협상을 타결한 뒤 본회의 상정 수순에 돌입하자 필리버스터를 회기 마지막날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9개 민생법안을 후순위로 돌리고, 예산부수법안에 이어 선거법, 검찰개혁 관련 법안 그리고 유치원 3법을 차례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오후에 두차례 긴급 의총을 소집해 필리버스터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한국당은 일단 첫번째 안건인 ‘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부터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받아들이지 않고 자유토론만을 허용하자 주호영 의원(4선·대구 수성을)이 먼저 단상에 올랐다. 주 의원은 문 의장을 향해 “(편파적 의사진행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아들 문제 때문이냐”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이어갔다. 문 의장이 의장 직권으로 5분 만에 토론을 종료하고 윤호중 민주당 의원에게 발언 순서를 넘기자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후 예산부수법안 심사 과정에서 한국당의 무더기 수정안 제출·반대토론 등 ‘지연 작전’이 이어지면서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것은 문 의장이 순서를 바꿔 선거법을 먼저 상정한 뒤인 밤 9시48분께였다. 첫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는 앞서 자유토론에도 응했던 4선의 주호영 의원이 맡았다. 주 의원은 현 정권이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앞장서고 있다며 선거법 처리에 반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민주당도 ‘맞불’ 토론으로 맞섰다. 민주당의 김종민 의원이 주 의원 다음으로 찬성토론을 위한 발언을 신청한 것이다. 이후 한국당 권성동 의원, 민주당 최인호 의원 순으로 토론 신청이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유의동 의원 등도 토론 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필리버스터가 도입된 뒤 실제로 이뤄진 사례는 2016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테러방지법 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9일간 했던 필리버스터가 유일했다. 다만 필리버스터를 한다 해도 최종적인 저지는 어렵다.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종료되면 다음 회기에선 즉각 표결에 부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번 선거법·공수처법 합의가 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의 ‘정치적 야합’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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