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을 하는 동안 의원석이 대부분 비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시작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23일부터 밤새 이어졌다. 민주당도 ‘찬성 토론’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 간 ‘토론 배틀’이 10시간 째 이어지고 있다. 24일 9시 현재 세번째 주자인 자유한국당의 권성동 의원이 발언 중이다.
23일 밤 9시41분께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필리버스터 첫 타자로 단상에 올랐다. 앞서 한국당은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부터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며 문희상 의장에 항의하고, 예산부수법안에 무더기 수정안을 제출하는 등 ‘지연작전’을 폈다. 그러나 문 의장이 의사 일정 변경 동의 요청에 따라 표결을 진행하면서 회기 결정의 건 및 예산부수법안 2건을 처리한 뒤 바로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주 의원은 이날 밤 9시49분부터 24일 오전 1시48분까지 총 3시간59분동안 쉬지 않고 발언했다. 주 의원은 “정의당이 의석 수 늘려보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어오고 민주당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고 맞바꿔먹었다”면서 “70년 넘게 쌓아온 민주주의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의 말에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겸손하라. 10년 권력 놨다가 잡으니까 나라를 온통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판사 출신으로 민생법안을 제외한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던 주 의원은 그간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위한 본회의가 열릴 것에 대비해 성인용 기저귀를 준비하는 등 필리버스터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이날 단상에서 내려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밤을 새워 말해도 부족할 정도로 이 정부와 선거법의 문제점은 차고 넘친다”면서도 “체력적으로 더 많은 토론을 할 수 있었지만 시청률이 낮은 심야에 민주당 의원이 발언하도록 하기 위해 발언을 멈추게 되었다”고 밝혔다.
두번째 바톤은 더불어민주당의 김종민 의원이 넘겨 받았다. 김 의원은 24일 오전 1시50분께부터 6시22분까지 4시간31분 동안 토론을 진행하며 먼저 했던 주호영 의원보다 32분 더 길게 발언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유일한 권력은 과반수”라며 4+1 협의체에 의한 선거법 개정안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한편, 그간 선거법 개정안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며 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광화문에서 데모만 하지 말고 국회를 바꾸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 “로텐더홀 집회를 한다고, 국회 앞에서 폭력적으로 한풀이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국당을 겨냥했다. 발언 도중인 5시48분께 “지난번엔 화장실을 허락해 줬다고 한다”며 동의를 구하고 화장실에 다녀오자 한국당 의원들로부터 항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후로는 한국당의 권성동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권 의원은 “여당이 폭거를 계속한다면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 밖에 없다”며 “민주당도 2당이 되기 싫다면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권의 ‘10대 경제실정’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권 의원 다음으로는 민주당 최인호 의원,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한국당 전희경 의원 등이 발언을 신청한 대기자 목록에 올라 있다. 정유경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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