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사흘째 이어진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토론에 나서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국당 의원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한 자유한국당이 연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한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개혁 법안 처리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끌어내기 위해 문 의장을 여론전 도구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의장은 ‘회기 결정의 건’이 토론 가능한 안건임에도 토론 신청을 묵살하고 일방적 날치기 진행했다”며 “의장은 의원 권한을 무단히 침범한 것이고 절차적 무효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문 의장과 의사국장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2시10분께 토론을 시작한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법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5시간50분동안 정부와 문 의장, 더불어민주당을 맹비난했다. 그는 문 의장이 이들 법안을 기습 상정한 것을 두고 “헌정사의 오점”이라며 “문 의장에게 ‘존경하는’ 이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하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 의원은 문 의장을 향해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청년 조직을 이끌고 계시던 때 별명이 장비였다. 삼국지에 나온 장비처럼 신의 있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분으로 알았다”며 “어느 날 그 장비가 ‘동탁’이 됐다. 신의의 장비가 아니라 역적의 동탁”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의회주의를 짓밟은 의회쿠데타의 주모자가 됐다. 청와대 출장소 소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전날 필리버스터에 나선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문 의장을 ‘문희상씨’라고 지칭하면서 “대한민국 국민 중에 문희상 씨를 국회의장으로 생각하는 분이 과연 몇 명이 있을까, 저는 의문이 간다”고 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저 뒤에 계신 의장님을 향해 ‘존경하는’ 이라는 상투적 수식어도 붙일 수 없다. 이러자고 30년 세월 동안 정치를 하셨느냐. (민주당에) 뇌물을 갖다 바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밤 9시49분께 시작된 선거법 관련 무제한 토론은 25일 오후까지 40시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문 의장은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항의의 성격으로 필리버스터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주승용 부의장(바른미래당)과 4시간씩 번갈아 의장석을 지키고 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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