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4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관계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한국 정부의 남북교류 확대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 구상에 대한 ‘견제’ 발언에 나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공개 비판했다.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 특별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리스 대사의 의견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거기에 따라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이냐”고 비판했다. 이는 해리스 대사가 전날 외신간담회에서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금강산 개별 관광 등 한국이 남북관계에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해리스 대사가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송 의원은 “개별관광은 유엔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며 “한미 워킹그룹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진행과정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차원으로 봐야지 이것이 마치 허가기관처럼 미국이 반대하면 못하고 이런 건 아니었는데 너무 통일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로서 위치에 걸맞지 않은 좀 과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사는 대사의 직분에 맞게 언어에 신중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이게 개인의 의견인지 본부의 훈령을 받아서 하는 국무부의 공식 의견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그러니까 이건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설훈 최고위원도 해리스 대사의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설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미국대사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해 제재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서 엄중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또 여당이 남북관계 개선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설 최고위원은 “현재 북미협상이 교착상태고 남북관계가 단절돼 있다”며 “이제 한반도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나서야 할 때다.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 개별관광에서부터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직후 해리스 대사의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야당도 해리스 대사를 초치해 엄중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미국의 외교관에 불과한 대사가 주재국의 대통령이 내놓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외교적 결례”라며 비판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는 그 전에도 지소미아 논의에서 일방적으로 일본 편을 들었고, 방위비분담금 문제에서도 국회 정보위원장을 자기 집에 오라 가라 하면서 무례를 범했으며, ‘종북좌파’라는 말까지 꺼내며 정부 인사들을 모욕하기까지 했던 인물이다. 이런 식의 무례한 태도와 오만한 간섭이 계속된다면 한미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며 “해리스 주한미대사를 초치해서 엄중하게 항의하고, 다시 무례한 외교적 결례를 범한다면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고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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