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벤처 4대강국\'\' 총선 공약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명사들의 ‘입당 러시’가 한창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당자들의 ‘험지 기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영입인사들 대부분 비례대표나 당선이 유력한 수도권 지역구 출마를 희망하면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험지 출마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20일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10호까지 발표된 영입인재를 포함해 당이 확보한 외부 영입 인사는 2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출마를 원하는 청와대 출신도 50여명에 이른다. 지난 15일 이해찬 대표가 “최근의 ‘입당 러시’는 민주당이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대변한다는 증거이자 국민이 당의 미래를 밝게 본다는 증표”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인지도 높은 명사들이 수도권이나 텃밭 지역 출마를 선호하면서 ‘풍요 속의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실제 대표적 험지로 꼽히는 티케이(TK,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필두로 최근엔 구윤철 전 기획재정부 2차관까지 영입을 시도했으나 당사자들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역구 현역인 김부겸(대구 수성구갑)·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과 비례대표로 구미을 출마를 준비 중인 김현권 의원이 ‘외부 증원’ 없이 자력으로 험지 전투를 치러야 할 판이다. 이 지역의 한 의원은 “티케이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당선 확률이 높지 않다. 낙선 부담을 무릅쓰고 험지에 출마할 수 있게 ‘당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마땅찮은 상황”이라고 했다. 선거제 개편 과정에서 석패율제 도입이 무산된 것도 험지 출마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피케이(PK, 부산·경남)는 티케이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영입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악화된 민심이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지역경제 상황이 지역 출신 명사들의 입당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이 지역은 강준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부산 남부갑에 출마하기로 했을 뿐 눈에 띄는 영입인사가 없다.
강원도는 최근 사면을 받은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출마설이 돌면서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이광재 바람’이 불어준다면 현재 1석(원주시을)뿐인 지역구를 3~4석까지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지사는 원주시갑이나 강릉시 출마가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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