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전 청와대 실장 인터뷰]
2020년은 남북이 행동할 시간
마식령 스키장·양덕온천 관광땐
북 입장에서도 엄청난 상징될 것
개별관광은 유엔 제재와 무관
전세계 사람들 북 곳곳 여행중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으로
상반기 북미간 의미 있는 진전
7월 도쿄까지 흐름 이어가야
‘2019년 북미의 시간’ 잘 안돼
올해는 남북이 치고나가야 할 해
2020년은 남북이 행동할 시간
마식령 스키장·양덕온천 관광땐
북 입장에서도 엄청난 상징될 것
개별관광은 유엔 제재와 무관
전세계 사람들 북 곳곳 여행중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으로
상반기 북미간 의미 있는 진전
7월 도쿄까지 흐름 이어가야
‘2019년 북미의 시간’ 잘 안돼
올해는 남북이 치고나가야 할 해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개별관광은 자동차 뒷바퀴의 일이다. 잘 풀려도 ‘뒷’바퀴다. 윤 전 실장이 인정하는 대로, 북핵 문제는 결국 ‘앞’바퀴가 해결해야 한다. 뒷바퀴가 아무리 잘 돌아가도 앞바퀴가 공전하면 소용없다. 윤 전 실장은 “개별관광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북미 관계가 잘 될 것인가’가 핵심”이라며 “상반기 중 북미 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근거를 갖고 하는 말인가? “객관적인 상황만 살펴봐도 그렇다. 2월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두교서가 있다. 탄핵국면이 마무리된다는 뜻이다. 북한도 전원위원회에서 ‘힘을 과시하겠다’고 했는데, 그럴 계기가 2월 8일 인민군 창건 기념일 정도다. 북미 모두 2월 초에 분기점들이 생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2월 초, 늦어도 3월에는 북미 간에 뭔가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을 7월 도쿄 올림픽까지 이어가야 한다. 도쿄를 제2의 평창으로 만들어야 한다.” -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상황은 전쟁 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엄중했다. 이런 상황을 뚫고 2018년 남북관계가 잘 풀렸는데 ‘신의 한 수’라고 꼽는 장면이 있다면? “길게 보면 2017년 6월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힌 베를린 선언이고, 짧게 보면 평창겨울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한 것과 평창에 남북이 함께 가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 연합군사훈련 연기가 큰 계기가 되었다면 오는 3월로 예정된 연합훈련도 연기할 수 있는가? “연합훈련은 한미동맹에 관련된 것으로 주권 사항이다. 2018년 3월 특사로 갔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연합훈련 이해한다’고 했다. 정상 국가라면 상호 군사훈련은 이해하는 것이다. 다만 협상 중일 때는 곤란하지 않겠나. 대화가 진행 중이라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탄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3월 연합훈련도 마찬가지다.“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개별관광’ 등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구상에 대해 “미국과의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발언했고, 청와대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미 국무부는 해리스 대사를 두둔했다. -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어떻게 보나? “대북 개별관광은 유엔의 대북제재와 관련이 없다. 전 세계 상당수의 사람이 북한 곳곳을 여행한다. 그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제재 운운하면서 한미 워킹그룹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리선권 신임 외무상 임명, 나쁘지 않다“
북한은 최근 외교를 총괄하는 외무상을 ‘미국통’ 리용호에서 ‘대남 라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으로 교체했다. 외교의 두 축인 노동당 국제부장과 외무상을 전격 교체하고, 대남 업무를 총괄해온 인물을 이례적으로 외교 수장에 앉힌 파격 인사다. 윤 전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뭔가 변화를 시도해보려는 것으로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 리선권은 어떤 인물인가? “군인 출신으로 김영철 라인이다. ‘냉면 발언’(*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막말을 했다고 알려져 구설에 올랐음)에서 보듯이 거칠다.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나다. 리선권으로 바꾼 건 판을 바꿔보자는 김 위원장의 의지라고 본다. 리영호가 잘하고 있다면 왜 바꿨겠나. 변화의 방향은 좀 더 분석해봐야 한다.” - 대남 라인인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은 남북관계를 계속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의 결과로 볼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보자면 평창겨울올림픽 때부터의 히스토리를 잘 아는 사람이다. 남북관계를 잘 안다. 그리고 김정은과 가까운 ‘김영철 라인’이다. 그런 면에서 나쁘지 않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서로 신뢰하나? “1년 동안 세 번이나 통역도 없이 정상회담을 한 사이다. 평양에서는 2박 3일을 함께 했다. 정상 간 신뢰는 여전히 돈독하다. 2018년 평양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님과 함께 방북하려다가 회담 준비 상황에 이상 기류가 생겨 서울에서 평양까지 차를 타고 하루 먼저 간 적이 있다. 그날 밤 자정쯤 김정은 위원장이 사전에 연락도 없이 백화원 초대소에 나타났다. 나를 만나자고 하더니 2박 3일간 있을 평양정상회담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문 대통령님에 대한 배려라고 느꼈다.” - 육로로 서울에서 평양까지 가는 건 드문 경험인데, 도로 사정은 어땠나? “판문점에서 북한이 내준 차를 타고 평양으로 갔다. 북한 현지 사정을 두 눈에 모두 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눈에 힘을 줬는데, 전날 잠을 못 자는 바람에 5분 만에 곯아떨어져 버렸다. 도로 사정은 좋지 않더라. 계속 차가 요동쳤다. 졸면서도 자동차 천장에 머리를 계속 찧었다.(웃음)” - 정상 간 전화통화는 상호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2018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초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설치됐는데 사용한 적 있나? “핫라인 부분은 남과 북 문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이 누구와 몇분간,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다 공개한다. 북한에선 최고 존엄의 전화로 누구도 알아서도 안 되고, 알 필요도 없는 사안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가 지나치게 홍보를 한다고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도, 핫라인 자체는 살아있는가? “앞선 답변으로 갈음하겠다.” 그는 인터뷰 내내 ‘2020년은 남북관계가 치고 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지난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했을 때 ‘북미 관계가 오른발, 남북관계가 왼발이다. 한 발로 뛰어선 멀리 못 간다. 의심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는데 그 이후 잘 될 수도, 안될 수도 있었다. 잘 되는 쪽으로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섣불리 나서기 어려웠다. 지금은 차량이 고랑에 빠진 상태다. 빠져나오기 위해 뒷바퀴가 자동차를 움직여야 할 때다.” 김원철 노지원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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