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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북 개별관광 단계적 접근…뭔가 안하면 2017년으로 돌아가”

등록 2020-01-27 20:12수정 2020-01-28 22:59

[윤건영 전 청와대 실장 인터뷰]

2020년은 남북이 행동할 시간
마식령 스키장·양덕온천 관광땐
북 입장에서도 엄청난 상징될 것
개별관광은 유엔 제재와 무관
전세계 사람들 북 곳곳 여행중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으로
상반기 북미간 의미 있는 진전
7월 도쿄까지 흐름 이어가야
‘2019년 북미의 시간’ 잘 안돼
올해는 남북이 치고나가야 할 해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8년 3월 5일 대북특별사절단 5명이 평양으로 출발했다. 특사단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등 대북·대미 업무의 핵심 당국자들이 참여했다. 유일한 예외 인물이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을 정부가 공식인증이라도 하듯, 그는 남북관계의 결정적 순간마다 ‘주인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개별관광’을 제안하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오는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야인으로 돌아온 그를 지난 21일 만나 ‘2020년 남북관계’에 관해 물었다.

“2020년은 우리가 행동해야 할 시간”

- 국정상황실장으로서 남북관계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채로워 보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국정상황실은 정책 위기관리센터다. 정책적 사안에 대해 사전·사후에 보고서를 낸다. 남북관계도 모니터링 대상이긴 하다. 그렇지만 제가 남북관계에서 역할을 한 이유는 국정상황실이라서가 아니다. 북한이 ‘김정은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김여정을 내려보냈기 때문에, 우리도 ‘문 대통령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하는 몇 안 되는 측근 중 한 명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몇번이나 보았나?

”만난 행사가 6번이다. 평양정상회담 때는 2박 3일간 내내 보았기 때문에 몇 번 보았는지 횟수를 헤아리기 힘들다.(웃음)”

- 김 위원장을 가장 많이 본 우리 정부 인사라고 표현해도 되나?

“맞을 것이다.”

- 문재인 정부의 중요 남북행사에 거의 다 관여했기 때문에 북한 인사 중에도 친한 이들이 생겼을 것 같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보면 반갑다.(웃음) 리선권 신임 외무상도 여러 번 만났다. 함께 술도 마시고 그랬다.”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개별관광을 제안했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제안인가?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북미 관계로 움직이는 자동차다. 비핵화의 주 당사자는 북미다. 이들이 방향을 정하는 앞바퀴다. 남북관계는 뒷바퀴다. 2018년은 뒷바퀴의 힘으로 자동차를 움직였다. 2019년에는 앞바퀴가 자동차를 움직일 거라고 기대했는데 잘 안 됐다. 2020년이 됐고, 이제는 다시 뒷바퀴가 자동차를 굴려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개별관광’을 제안한 것이다. 한국 국민의 북한 개별관광이 성사되면 남북 정부 사이에 여러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상징적 조치로 큰 의미가 있다.”

- 북한과 물밑 조율이 이뤄진 상태에서 나온 제안인가?

“물밑 이야기는 물밑에 그대로 둬야 한다(웃음). 물밑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면 더는 물밑 이야기가 아니지 않나.”

- 실현 가능성이 있는 제안인지 궁금하다.

“전면적으로는 힘들다. 하지만 제한된 장소,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관광은 가능할 거라고 본다. 마식령스키장에는 평창겨울올림픽 직전 우리 선수단이 가서 훈련도 했다. 그런 것이 개별관광이다. 북한이 열심히 홍보 중인 양덕 온천 관광 지구, 마식령스키장 등에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 북한이 보기에 큰돈은 안 될 거 같고, 괜히 성가시기만 할 거 같다.

“대한민국 국민이 간다는 건 북한 입장에서도 세계적으로 엄청난 상징이 된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단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람이 많이 갈 테니 돈도 될 것이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산업을 육성해 경제발전의 돌파구로 삼으려 하고 있다. 개별관광이 북한의 이런 전략과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양덕, 마식령에서 좀 더 나가면 원산갈마지구, 삼지연까지 관광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가다 보면 금강산 관광 해법도 나올 수 있다. 현대아산이 주체가 되는 관광은 제재 때문에 안된다. 하지만 개별관광이라는 절차를 거쳐서 가면 금강산도 가능할 수 있다.”

- 현재까지 북한에서 의미 있는 반응이 안 나오는 것 아닌가?

“북한이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다. 뭔가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다시 2017년으로 돌아간다. 뭐라도 담벼락에 던져야 한다. 2020년은 행동해야 할 때다. 두려워하거나 겁낼 필요가 없다.”

-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제안했는데 그 이후로 1년이나 흘렀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좀 더 서둘렀어야 하지 않나?

“그 지시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현대아산 등 우리 국민의 재산권을 지켜야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금강산에 직접 가서 보니 시설이 너무 낡았더라. 호텔엔 녹이 잔뜩 슬었고, 골프장에는 사람 키보다 큰 잡초가 무성하더라. 철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측면도 있다. ‘2019년에 왜 서두르지 않았느냐’는 비판은 결과적으로는 옳다. 나도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엔 북미 관계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020년, 2월 북미, 7월 도쿄로 이어져야“
개별관광은 자동차 뒷바퀴의 일이다. 잘 풀려도 ‘뒷’바퀴다. 윤 전 실장이 인정하는 대로, 북핵 문제는 결국 ‘앞’바퀴가 해결해야 한다. 뒷바퀴가 아무리 잘 돌아가도 앞바퀴가 공전하면 소용없다. 윤 전 실장은 “개별관광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북미 관계가 잘 될 것인가’가 핵심”이라며 “상반기 중 북미 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근거를 갖고 하는 말인가?

“객관적인 상황만 살펴봐도 그렇다. 2월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두교서가 있다. 탄핵국면이 마무리된다는 뜻이다. 북한도 전원위원회에서 ‘힘을 과시하겠다’고 했는데, 그럴 계기가 2월 8일 인민군 창건 기념일 정도다. 북미 모두 2월 초에 분기점들이 생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2월 초, 늦어도 3월에는 북미 간에 뭔가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을 7월 도쿄 올림픽까지 이어가야 한다. 도쿄를 제2의 평창으로 만들어야 한다.”

-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상황은 전쟁 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엄중했다. 이런 상황을 뚫고 2018년 남북관계가 잘 풀렸는데 ‘신의 한 수’라고 꼽는 장면이 있다면?

“길게 보면 2017년 6월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힌 베를린 선언이고, 짧게 보면 평창겨울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한 것과 평창에 남북이 함께 가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 연합군사훈련 연기가 큰 계기가 되었다면 오는 3월로 예정된 연합훈련도 연기할 수 있는가?

“연합훈련은 한미동맹에 관련된 것으로 주권 사항이다. 2018년 3월 특사로 갔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연합훈련 이해한다’고 했다. 정상 국가라면 상호 군사훈련은 이해하는 것이다. 다만 협상 중일 때는 곤란하지 않겠나. 대화가 진행 중이라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탄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3월 연합훈련도 마찬가지다.“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개별관광’ 등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구상에 대해 “미국과의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발언했고, 청와대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미 국무부는 해리스 대사를 두둔했다.

-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어떻게 보나?

“대북 개별관광은 유엔의 대북제재와 관련이 없다. 전 세계 상당수의 사람이 북한 곳곳을 여행한다. 그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제재 운운하면서 한미 워킹그룹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리선권 신임 외무상 임명, 나쁘지 않다“
북한은 최근 외교를 총괄하는 외무상을 ‘미국통’ 리용호에서 ‘대남 라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으로 교체했다. 외교의 두 축인 노동당 국제부장과 외무상을 전격 교체하고, 대남 업무를 총괄해온 인물을 이례적으로 외교 수장에 앉힌 파격 인사다. 윤 전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뭔가 변화를 시도해보려는 것으로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 리선권은 어떤 인물인가?

“군인 출신으로 김영철 라인이다. ‘냉면 발언’(*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막말을 했다고 알려져 구설에 올랐음)에서 보듯이 거칠다.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나다. 리선권으로 바꾼 건 판을 바꿔보자는 김 위원장의 의지라고 본다. 리영호가 잘하고 있다면 왜 바꿨겠나. 변화의 방향은 좀 더 분석해봐야 한다.”

- 대남 라인인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은 남북관계를 계속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의 결과로 볼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보자면 평창겨울올림픽 때부터의 히스토리를 잘 아는 사람이다. 남북관계를 잘 안다. 그리고 김정은과 가까운 ‘김영철 라인’이다. 그런 면에서 나쁘지 않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서로 신뢰하나?

“1년 동안 세 번이나 통역도 없이 정상회담을 한 사이다. 평양에서는 2박 3일을 함께 했다. 정상 간 신뢰는 여전히 돈독하다. 2018년 평양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님과 함께 방북하려다가 회담 준비 상황에 이상 기류가 생겨 서울에서 평양까지 차를 타고 하루 먼저 간 적이 있다. 그날 밤 자정쯤 김정은 위원장이 사전에 연락도 없이 백화원 초대소에 나타났다. 나를 만나자고 하더니 2박 3일간 있을 평양정상회담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문 대통령님에 대한 배려라고 느꼈다.”

- 육로로 서울에서 평양까지 가는 건 드문 경험인데, 도로 사정은 어땠나?

“판문점에서 북한이 내준 차를 타고 평양으로 갔다. 북한 현지 사정을 두 눈에 모두 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눈에 힘을 줬는데, 전날 잠을 못 자는 바람에 5분 만에 곯아떨어져 버렸다. 도로 사정은 좋지 않더라. 계속 차가 요동쳤다. 졸면서도 자동차 천장에 머리를 계속 찧었다.(웃음)”

- 정상 간 전화통화는 상호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2018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초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설치됐는데 사용한 적 있나?

“핫라인 부분은 남과 북 문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이 누구와 몇분간,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다 공개한다. 북한에선 최고 존엄의 전화로 누구도 알아서도 안 되고, 알 필요도 없는 사안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가 지나치게 홍보를 한다고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도, 핫라인 자체는 살아있는가?

“앞선 답변으로 갈음하겠다.”

그는 인터뷰 내내 ‘2020년은 남북관계가 치고 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지난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했을 때 ‘북미 관계가 오른발, 남북관계가 왼발이다. 한 발로 뛰어선 멀리 못 간다. 의심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는데 그 이후 잘 될 수도, 안될 수도 있었다. 잘 되는 쪽으로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섣불리 나서기 어려웠다. 지금은 차량이 고랑에 빠진 상태다. 빠져나오기 위해 뒷바퀴가 자동차를 움직여야 할 때다.”

김원철 노지원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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