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 총선 공약발표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최근 실시한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강북 등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도 자유한국당과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서울 지역구 49석 중 36석(73%)을 차지하고 있다. 선거제 개혁으로 비례대표 의석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어서, 민주당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수성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침묵하는 지지자 늘고 있어 걱정”
민주당 서울시당은 지난 16~17일 안심번호를 이용한 비공식 여론조사를 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까지 치솟았던 서울 집값 여파와 검찰 인사·수사를 둘러싼 ‘청와대-검찰 갈등’이 계속되면서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자체 조사에 나선 것이다. 49개 지역구 중에서 내부 경선이 치열한 지역을 뺀 25개 지역에서 자유한국당과 양자대결 방식으로 조사했고, 서울시당은 해당 지역구 결과만 밀봉해 설 연휴 직전 각 의원에게 전달했다. 의원들은 결과 설명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특히 부동산에 예민한 지역일수록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의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해 보였다. 서울 강북지역 한 의원은 “강남은 이미 어려운 상황이고, 성동·광진·마포 등도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하더라”며 “문제는 추세 자체가 한국당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네를 다녀보면 중도층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도 “예상했던 것보다 당 지지율이나 개인 지지율이 안 나왔다. 집 가진 사람은 강남과의 격차에 불만이 있고, 집 없는 사람은 집 장만이 어려워져서 불만”이라며 “또 조국 전 장관 사태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검찰 인사를 ‘보복성’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지역을 다녀보면 우리 지지자 중에 침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실제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불만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아 우리가 ‘숨은 민심’을 제대로 못 보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사와 관련해 서울시당 관계자는 “강남 외 다른 지역에서 지는 곳은 없었다. 이번 조사는 우리한테 굉장히 불리하고 보수적으로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압승했던 수도권 수성 쉽지 않아”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13석을 가져갔던 민주당은 이번에 바뀐 선거제도로 최대 7석 정도의 비례대표 의석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 바람으로 3석을 건지는 데 그쳤던 호남지역에서 줄어든 비례대표 의석수 이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다. 부산·경남·울산 지역에서 지난 총선만큼 선전하기 쉽지 않은 탓에, 수도권을 지키지 못하면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민주당 관계자는 “20대 총선 때 수도권에서 압승했기 때문에 현상 유지가 쉽지 않다. 당장 고양 일산만 하더라도 장관(유은혜·김현미)이 2명이나 빠지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며 “당 내부 긴장감이 떨어져서 영입인재 사퇴 등 이런저런 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최근 민주당 쪽에서는 청와대에 ‘검찰과 충돌을 자제해달라’, ‘기소가 된 비서관 신병 정리를 서두르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건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