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안철수 전 의원의 탈당으로 뒤숭숭한 바른미래당에서 손학규 대표의 진퇴를 두고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대표직 퇴진과 당 쇄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손 대표 주변을 지켜온 당권파 의원들까지 탈당을 경고하고 나섰다.
손 대표는 3일 당권파로 분류돼온 최고위원들과 사무총장, 비서실장 등이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하자 “당 최고 핵심 실무자들이 당권투쟁의 일환으로 출근을 거부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어야 할 지금, 근무 태만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복귀하지 않으면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의결권이 없는 원외 당직자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당권파 일부는 손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한 당권파 의원은 <한겨레>에 “(당권파도) 손 대표 아래에 더는 못 있겠다는 입장”이라며 “안철수계 의원들을 포함해 의원 20명 중 1명만 나가면 당은 교섭단체 자격을 잃는다. 침몰하는 배에서 앞다퉈 뛰어내리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 합류 뜻을 밝혀온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구을)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조만간 탈당하겠다”고 예고했다. 당내에선 권 의원의 탈당을 신호탄으로 ‘엑소더스’가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직을 유지하기 위해 ‘셀프 제명’ 절차를 밟는 방안도 거론된다. 바른미래당 당헌에는 “의원 제명은 당 의원총회를 열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일각에선 제명도 징계인 만큼 당 윤리위원회의 처분을 거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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