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온 3선의 이찬열 의원(경기 수원시갑)이 4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바른미래당은 이 의원의 탈당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됐다. 손 대표는 이날 당무를 거부해온 임재훈 사무총장, 장진영 비서실장, 이행자 사무부총장 등 핵심 당직자들도 무더기 해임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피도 눈물도 없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비정한 정치판이지만 저라도 의리와 낭만이 있는 정치를 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제 한계인 것 같다. 저는 오늘 바른미래당을 떠나 동토의 광야로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 의원은 “두 번 연속 당선된 후보도 없던 수원 장안에서 ‘야당 소속’으로 내리 3선을 시켜주신 덕분에 초심을 잃지 않고 소신 있는 정치를 해올 수 있었다. 두려운 것도 믿는 것도 오직 장안주민 여러분뿐이다. 변치 않는 초심으로 주민 여러분만 보고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또 “정치적 결단으로 혜량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주민 여러분의 의견을 널리 듣고 보답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손 대표를 언급하며 “다 제 탓이라고 생각한다. 손 대표님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형언할 수 없는 심정이다. 손 대표님과의 의리를 제 삶의 도리라 여기는 마음만은 변치 않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오늘 오전 손 대표가 임 총장 등 핵심 당직자를 해임했다”고 밝혔다. 임 총장은 오후 늦게 입장문을 내어 “현재 당면한 상황을 언급하자면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우선이다. 저와 당 재건을 위해 혼신을 다해온 중진들을 내쳐서 손대표가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은 다시 토담집으로 가는길 밖에 없을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선 안철수계 의원인 권은희 의원의 탈당이 ‘탈당 도미노’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예상을 깨고 당권파인 이찬열 의원이 선두 탈당했다. 이 의원은 2016년 손 대표를 따라 더불어민주당을 동반 탈당했고 손 대표의 복심으로 불려왔다. 당분간 무소속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손 대표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국민 모임’은 입장문을 내어 “그놈의 배지 한 번 더 달겠다고 그 당(한국당)으로 가겠다는 냄새를 피우는 모습에 토악질이 날 지경”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은 풍전등화 상황에 놓였다. 이날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손 대표에게 요청한다. 해당 행위를 하는 안철수신당 참여 비례대표 의원들을 즉각 제명해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비례의원의 경우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서 경상보조금·선거보조금 등도 크게 삭감된다. 오는 15일은 총선 전 마지막 국고보조금 지급일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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