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피의자들의 공소장 공개를 거부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한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를 지난 4일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정국이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야의 고소·고발전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여야가 이견과 갈등을 정치적으로 풀기보다 사법부 판단에 의존해 해결하려고 하면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를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선거개입’ 혐의 공소장 비공개 방침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권 방탄에만 몰두하는 권력의 앞잡이에 불과한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며 검찰 고발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9일 검찰 간부 인사와 관련해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두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확산을 둘러싼 설전도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민주당이 브리핑 등을 통해 한국당이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입국 금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정 대변인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정치적 사안을 검찰 고발로 풀려고 하는 건 ‘검찰 개혁’에 명운을 걸다시피 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총선 불출마 의원들에게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할 것을 권유한 황 대표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고발장에서 “의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당 탈당과 미래한국당 가입을 당대표 지위에서 사실상 강요·억압했다. 입당 강요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정의당도 민주당과 같은 취지의 고발장을 서울남부지검에 냈다.
여야의 이런 모습을 두고 ‘정치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키고, 사법권력을 과도하게 키워주고 있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정치는 의견의 영역이고 사법부는 유무죄를 가리는데, ‘나만 진실이고 상대 주장은 거짓’이라는 대결적·이분법적인 프레임이 확산하면서 상대를 설득하는 정치가 아니라 사법 판결로 대신하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이 정치가 설 자리를 스스로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은 정치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최근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현직이던 지난해 9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정치권이 내부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검찰에 가져가는 것이 누적되다보니, 검찰이 정치권에 영향 주는 문제를 점점 크게 만들어놨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정치화 배경엔 정치의 사법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인들이 법복을 벗기 무섭게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것 역시 ‘정치의 사법화’가 낳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여야의 고소·고발전이 벌어질 때마다 핵심적 구실을 하는 것도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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