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대비한 여야의 총선 후보 공천 심사가 한창이지만, 이미 물밑에서 ‘본선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들이 있다. 본선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력인사들이 예선에서 맞붙은 경우다. 주로 ‘현역 대 청와대 출신’, ‘현역 대 구청장 출신’, ‘현역 대 현역’ 등이 격돌한 지역은 각 정당 내부에서도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 현역 대 청와대 전 참모 10일 기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청와대 출신(비서관급 이상) 출마자는 모두 21명으로 이 중 현역 의원과 맞붙는 사람은 5명이다. 이들 중엔 서울 노원갑에서 고용진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진 유송화 전 춘추관장과 서울 동작갑에서 김병기 의원과 맞붙는 김성진 전 사회혁신비서관이 눈에 띈다. 청와대 출신들이 주로 ‘비문(비문재인) 인사’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고용진 의원은 친문 모임으로 알려진 ‘부엉이모임’ 소속이었고, 김병기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다. 다만 당내에선 두 지역의 현역이 초선이어서 비교적 쉬운 상대를 골랐다는 평가도 있다. 유 전 관장의 경우 2·3대 노원구의원을 지낸 지역은 3선의 우원식 의원이 지키고 있는 곳이어서 부담스러웠던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내에선 청와대 출신 출마자 중 절반 이상(13명)이 서울·경기 등을 택한 것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티케이(TK·대구경북)·피케이(PK·부산경남) 등 험지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한명도 없는 탓이 크다.
■ 현역 대 전 지자체장 ‘청와대 출신’과 ‘전직 구청장’이라는 직함을 모두 가지고 현역과 격돌하는 지역도 있다. 강병원 의원(초선)이 있는 서울 은평을에는 구청장 출신인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이 나섰고, 성북구청장 출신인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은 유승희 의원(3선) 지역구인 성북갑에서 뛰고 있다. 광주 광산구청장을 지낸 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은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현역인 광주 광산을에 도전하고 있다. 심재권 의원(서울 강동을) 지역에는 이해식 전 강동구청장이, 이훈 의원(서울 금천구) 지역에는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이 출마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박맹우 의원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울산 남구을에서 치열한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 의원은 울산시장을 세번 지낸 뒤 남구을에서 재선했고, 김 전 시장은 반대로 남구을에서 3선 의원을 지낸 뒤 2016년 울산시장에 당선되는 등 서로 시장과 국회의원을 주고받은 사이다.
■ 현역 대 현역 현역 의원들끼리 맞붙는 곳은 자유한국당이 더 많다. 민주당에서 현역끼리 경쟁하는 곳은 6선의 이석현 의원과 비례대표 권미혁 의원이 맞붙은 경기 안양 동안갑뿐이다. 한국당에서는 비례대표 17명 중 10명이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고 그중 3명이 한국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를 택했다. 경남 창원·마산합포구,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그리고 인천 미추홀갑 등 쟁쟁한 중진들이 버티는 곳이다. 비례대표 김성태 의원이 5선인 이주영 국회부의장의 지역구인 창원에 도전장을 냈고, 상주가 고향인 임이자 의원은 3선인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의 지역구를 타깃으로 정했다. 신보라 의원도 3선인 홍일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갑에 일찌감치 공천 신청을 했다.
현역 의원들에게 “비례대표로 당의 ‘은혜’를 입어놓고 두번 은혜를 입으려는 것이냐”는 견제를 받으면서도 비례 의원들이 도전장을 던지는 배경에는 지역 다선 의원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깔려 있다. 인천 미추홀갑의 경우 ‘사고 지역구’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영향을 준 듯하다. 홍일표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고, 2심 선고는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서영지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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