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의 초반 기세는 좋았다. 원내 제1당을 차지할 수 있고, 정의당 등과 함께 과반 의석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해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다. 보수 야권의 정당 통합에 이어 현역의원들을 우수수 날리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공격적인 행보가 한몫했다. 반면 인위적 물갈이를 거부한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은 상대적으로 ‘볼거리’ 없이 진행되면서 이런 반전 흐름을 막지 못하고 있다. 원혜영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런 평가에 일부 동의했다. 그는 “현역 의원에 대한 도전이 너무 적어서 당혹스럽다”면서도 “전략공천을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전망에 대해선 “미래통합당의 행보가 위협적이다. 원내 제1당 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민주당은 이제부터 경선이 시작된다.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현역의원에 대한 도전자 적어 안타까워”
강서갑 공천 논란이 한창 뜨거웠던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816호에서 만난 원 의원은 한숨을 내쉬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문자 폭탄 받고 전화로 욕먹느라 정신이 없다”며 “김형오 위원장이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 공천작업을 진행 중이고 사람들은 그런 거 좋아하지 않느냐. 그런데 우리는 내부에 전선이 생기니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쟁자인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대구·경북 공천을 정말 과감하게 하면 선거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우리는 처음부터 바람잡이 공천은 무책임한 것이라 보고 시스템 공천을 확립해 진행하고 있는데 싸움은 상대적인 것이니 더 잘해야 할 것이다.”
-경선을 통해 자연스러운 물갈이를 시도하겠다고 했는데, 현역의원 중 경쟁자가 없는 이(단수신청)가 64명이나 된다.
“예상과 달리 도전자가 너무 적어서 당혹스럽고 안타깝다. 그래서 추가공모를 진행했는데도 현역의원 단수신청 지역에 추가 지원한 이들이 없다.”
-경선이 성립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구상한 시스템 공천은 무너지는 것 아닌가?
“경선 아니어도 전략공천이라는 카드가 있다. 현역의원 지역구도 전략공천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선이 치러지는 곳에서는 드라마도 많이 나올 것이다.”
-경선이라는 게 인지도 높은 현역이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나?
“현역의원이 만만찮은 이들과 경선하는 곳이 꽤 많다. 경선 결과가 빤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지금 칼을 휘두르고 있지만 민주당 경선은 이제부터다. 충분히 변화를 기대해볼 만하다.”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여론조사 공천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미래통합당도 어차피 여론조사 수치 들이대면서 자르는 것이다. 어느 당이나 잣대는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는 여론조사 수치만 따지면 현역의원 대부분은 경선 안 할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경선 구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안주하지 않으려고.”
-청와대 출신 인사들 경력에 대통령 이름을 못 쓴다. ‘친문 공천’ 비판을 의식한 조치인데, 결과적으로는 경선에서 현역이 유리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공천과정이라는 게 당나귀 팔러 가는 아버지와 아들 꼴이다. 둘 다 타고 가도 욕하고, 둘 다 끌고 가도 욕한다.(웃음)”
■ “여성·청년 인재 길러내지 못한 책임감 느껴”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여러 차례 청년공천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본선에 도전할 2030 후보자는 지난 20대 총선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청년 공천이 너무 적다.
“책임을 느낀다. 다만 목표를 이루려면 구체적인 수단이 있어야 한다. 수단 없는 목표는 공허하다. 그래도 목표는 목표니까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기본여건이 받쳐주지 않으니 답답하다.”
-기본여건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가?
“그들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만들어줘야 했다.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하려니까 허황한 목표가 된다. 첫 디딤돌이 기초의원 선거인데, 그나마 여성은 강제 할당이 있다. 청년은 없다. 정치의 기초무대인 기초지방의원 선거에 청년 의무공천제를 도입해야 한다.”
-인재영입으로 들어온 이들 중 ‘즉시 전력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원종건씨 건 때문에 그렇지 나머지 분들은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본다.”
-추가영입도 진행 중인가?
“야심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영입 쪽에서 새로운 수혈은 없는 것 같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영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씀하기도 하셨다.
“인터뷰에서 물어보길래 ‘그런 얘기가 있는가 보다’하고 답한 것일 뿐이다.”
■ “공천 제1기준은 경쟁력”
최근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남국 변호사가 금태섭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했다. ‘조국 전선’이 형성되면서 총선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서 커졌다. 공관위가 21일 김 변호사를 다른 전략 지역에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강서갑 논란’은 추가공모 결정에서 비롯됐다. 단수신청 지역도 아닌 강서갑을 왜 추가공모 지역으로 묶었나?
“정봉주 전 의원을 넣어 경쟁력 조사를 했는데 유력 후보 중 한명이었던 정 전 의원이 ‘부적격’ 판정으로 낙마했으니 추가공모를 하자고 해서 한 것이다. 형식 논리상 타당해 보여서 그렇게 한 것이다. 어떤 의도를 갖고 한 건 아니다.”
-추가공모 지역으로 강서갑 등 2곳만 먼저 발표해서 ‘미운털 박힌 금 의원을 찍어내려고 한다’는 오해도 생겼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었겠다. 관심이 많은 지역이라 먼저 결정이 났고, 순서대로 발표한 것이다. 다른 곳 발표할 때 묶어서 했다면 좋았겠다.”
-공천이 진행되면서 반발도 나오고 있다. 영등포을 김민석 예비후보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두 번이나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 컷오프되지 않았다며 경쟁자가 반발하고 있다.
“시스템 공천이라 업무가 나뉘어 있다. 검증은 예비후보 검증위 몫이다. 공관위가 한 번 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도덕적 문제라기보다 정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기도 하다. 예전에 한 일을 무한대로 문제 삼기는 어렵지 않을까.”
-‘컷오프’당한 정재호 의원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말 아주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 선거라는 게 경쟁력을 핵심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되어서 그렇게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비문 배제’라는 주장도 한다.
“나는 당내 정치엔 관심도 없고 잘 모른다. 그런 건 전혀 아니다. 지표로 나오는 경쟁력으로 따지는 것뿐이다.”
-과거 안철수 대표 쪽을 도왔던 이들이 불이익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선 때 안철수 후보를 도운 사람이면 감점은 어쩔 수 없다. 2017년 대선 전 복당했다면 괜찮지만 대선 이후 복당했다면 자기 필요 때문에 온 건지, 우리가 필요로 해서 모셔온 사람인지를 구별하고 있다.”
-총선 목표는?
“개정 선거법 때문에 원내 제1당 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것 같다. 개혁세력의 과반 의석이 현실적인 목표 같다. 시민들이 ‘촛불 혁명 완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역사 주체로서의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상대가 제도의 취지를 저렇게 악용하는데, 고민 안 할 수가 없다. 국민이 인정해줄 수 있는 원칙과 명분을 가진 채 어떤 방안을 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