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발언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신천지 연루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미래통합당이 ‘시계’ 때문에 당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신천지의 교주인 이만희 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전날(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해 사과한 가운데, 이 총회장이 차고 있던 시계가 더 큰 화제로 떠오른 때문이다. 시계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총회장이 차고 나온 ‘의도’를 놓고 설이 분분하다. 여권은 신천지와의 관련성을, 야권은 여권의 정치공작설을 내세우며 대립하는 모양새다.
앞서 이 총회장은 2일 회견서 봉황 그림과 함께 ‘박근혜’라는 서명이 새겨진 금장 시계를 왼쪽 손목에 차고 나온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두 차례 큰 절을 하며 소매가 걷혀 올라가 번쩍이는 시계 모습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렇잖아도 ‘통합당과 신천지 연루설’에 골치를 앓고 있는 미래통합당은 28일 이 총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고 “새누리당의 당명을 본인이 지어줬다는 이만희의 거짓 발언은 그 자체로 새누리당(통합당의 전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일단 친박계 인사들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공식 기념시계로 은장 시계만을 배포했기 때문에 이 총회장이 차고 나온 시계는 ‘가짜’라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금장시계는 없었고 날짜판도 없었다”며 이 총회장이 차고 나온 시계가 “가짜”라고 못박았다. 실제로 당시 대통령 기념시계 위조품이 유통돼 수사가 이뤄진 적도 있다. 신천지 쪽은 “5년 전에 한 장로가 줘서 받은 것인데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른다”며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총회장이 굳이 이 시계를 차고 나온 ‘정치적 의도’를 놓고 뒷말이 나온다. ‘정치개혁연합’ 창당 발기인이기도 한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박근혜가 이만희만을 위해 금장 박근혜 시계를 제작해 선물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금줄 시계는 금시초문”이라면서도 “자기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가짜 시계를 차고 나와 자신을 잘못 건드리면 여럿 다칠 수 있음을 암시했다”며 “하긴 신도가 26만이니 그런 연줄이 어디 하나둘일까”라고 짚었다.
다만 미래통합당 쪽은 ‘시계’ 논란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도리어 여권 지지층이 이번 시계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기색도 내비친다. 미래통합당 김진태 의원은 2일 저녁 긴급 논평을 내고 “그 시계를 차고 나왔다는 것부터 수상하다”며 “나 이렇게 박근혜와 가깝고 야당과 유착돼 있다는 걸 알렸으니 나 좀 잘 봐달라는 메시지 아니었을까”라고 ‘역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온 국민을 상대로 저열한 정치공작을 시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신천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높은 가운데, 굳이 이 총회장과 야권과의 관련성을 부각시킨 것은 의도적인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이건용 미래통합당 조직국 조직팀장은 “신천지 이만희 ‘금장 시계’ 논란의 의도를 모르겠다”며 “문 정권에 불리한 코로나 정국을 어떻게든 벗어나보려는 여권 인사들의 눈물겨운 사투도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계 하나 가지고 코로나를 덮을 수 있겠나”며 “선거 신경쓰지 말고 코로나에 집중하라”고 덧붙였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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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시 청평면 신천지 평화연수원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사죄의 큰절을 올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