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당정 이견을 봉합한 여권이 미래통합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23일 “당정 이견이 해소됐으니 약속대로 예산심사를 시작하자”고 통합당에 거듭 촉구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여야 합의를 촉구하는 공개 메시지를 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통합당 원내지도부 요구대로 당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국민은 심재철 원내대표가 당정 합의안을 가져오면 받아들이겠다고 한 말씀을 기억한다”며 “이제 국회가 예산심사를 미룰 어떠한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 들어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첫 작품이 ‘전 국민 긴급재난금 무력화’가 절대로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4월 말 추경처리 시한이 고작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더는 시간을 허비할 여유도 이유도 명분도 없다”며 “예산 증액은 국회가 빨리 추경을 심의해 수정안을 의결하면 되고 그것이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주 추경안 협상을 마무리하고 늦어도 오는 29일에는 본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30일부터는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지고, 다음달 7일과 8일에는 민주당과 통합당의 원내대표가 교체되기 때문이다. 원내대표들이 바뀌면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여야 공방이 장기화되자 문희상 국회의장도 나섰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한시가 급한 일”이라며 “오늘 당장 여야가 만나 즉각 결론을 내고 의사일정에 합의하길 국회의장으로서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밝혔다. 한때 의장실 주변에서는 여야 합의가 무산될 경우 국회의장이 추경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검토한 적도 없다.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국회 관계자가 전했다. 국회법은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에만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허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할 수 있는 긴급재정명령권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국회 합의 처리가 순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야 협상이 계속 표류할 경우에 대비해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추경 통과를 기다리지 말고 미리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으라고 할 만큼 속도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 합의가 안 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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