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대구시 수성구 선거사무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에서 당 수습책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통합당으로 복당 의사를 밝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의 전신) 대표는 26일 김종인 전 총괄선대본부장의 뇌물 사건 이력을 들먹이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당내 중진 그룹에서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비토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한겨레> 인터뷰 등을 통해 통합당 복당과 차기 대선 도전을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는 주말 내내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 글을 잇따라 올렸다. 그는 26일 페이스북에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현직 검사였던 자신이 김 전 위원장의 자백을 받았단 사실을 공개하며 “뇌물 전과자를 당헌까지 개정해 무소불위한 권한을 주면서 비대위원장으로 데리고 온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당선자 대회에서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선임하고, 10월 국감 전까지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뇌물 전과자인 분이 지금까지 이당 저당 오가면서 비례대표 5선을 했으면 만족하고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느냐. 김 전 위원장은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 당시 경제수석 직함을 이용해 뇌물 브로커 행세를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폭로했다. 홍 전 대표는 총선 직후엔 김종인 비대위에 호의적인 입장이었지만, 김 전 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에 나섰던 주자들은 이미 시효가 끝났다”고 말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3선급 이상 중진들도 김종인 비대위에 부정적 의견을 거듭 밝혔다.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은 앞서 “당선인 대회를 거치지 않고 전국위를 소집할 경우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전국위 부결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비대위 체제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김종인 비대위를 흔들고 있다. 이에 당내 중진급인 3선 의원들은 전국위를 하루 앞둔 27일 국회에서 모여 관련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그러나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최고위 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선 패배에 대해 처절히 반성하고 대선 필승을 준비하는 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그래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모시는 데 당선자와 의원 다수가 동의했다”며 “소수의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말 없는 다수의 지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도 “(홍준표) 전 당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를 향해 쏟아낸 말들에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우리가 비대위원장 감으로 김종인 박사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 전 위원장은 이런 소란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런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든지 지금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 비대위 체제가 구성돼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기 전까지 그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겠느냐”고 했다. ‘70년대생·경제전문가’를 대선 주자로 키우겠다는 자신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도 “그 이야기도 2~3년 전부터 해왔던 이야기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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