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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막강 권한’ 여·야 서로 탐내는 법사위원장 누가 차지할까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20-05-12 19:04수정 2022-08-19 10:35

더(the) 친절한 기자들

모든 법안 쥐락펴락 최종 수문장
민주 “야당 위원장, 대결 정치 원인”
김태년 “민주당이 꼭 가져와야”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권한 축소도

통합당은 ‘여당 막을 보루’ 사수 나서
17대 국회부터 ‘야당 몫’ 관행 바뀔까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의 ‘원구성’ 협상이 조만간 시작됩니다. 원구성은 총선을 마친 뒤 차기 국회가 시작되기 전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정당별 정원을 교섭단체 간 협상으로 결정하는 작업입니다. 여야 교섭단체들은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자리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입니다.

■ 모든 법안의 최종 수문장, 법사위원장 상임위는 본회의에 올릴 법안을 정밀하게 심사하는 단위입니다. 상임위원장은 상임위 의사 일정 결정권을 무기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법사위는 그중에서도 특별합니다. 수사·기소·재판 등 사법행정과 관련된 법안을 심의하는 동시에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안이 기존 법률과 충돌하는 건 없는지, 자구에 문제는 없는지를 따지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법률안의 본질적인 내용을 문제 삼으며 제동을 거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2017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는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주택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12개에서 61개로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법사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막아섰습니다. 결국 법안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고, 정부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공개 항목을 확대해야 했습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1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가져야 한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습니다. 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은 오래되지 않은 관행일 뿐이라는 논리를 폅니다. 실제로 16대 국회까지 법사위원장은 항상 원내 1당 몫이었습니다. 관행이 바뀐 건 2004년 17대 국회부터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국회 개원 협상이 난항을 겪자 ‘법사위원장을 꼭 맡아야겠다’던 한나라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그때부터 국회의장은 여당이,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관행이 시작되었습니다.

■ “야당 법사위원장이 대결 정치의 원인” 민주당 안에는 ‘야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대결 정치를 부추긴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법사위원장 한명만 반대하면 모든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을 수 있다 보니, 여야의 자연스러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검찰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를 원활히 추진하려면 법사위원장 자리가 중요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습니다.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면 법사위는 일반 상임위와 다를 바 없어지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이 ‘민주당 법사위원장’에 반대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합당은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반대합니다. 체계·자구 심사권이 여당의 독주를 제어할 유일한 장치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통과 법안 중 1년에 10건 이상이 위헌법률 판결을 받고 있다”며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는 건 대단히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는 국회 개혁의 단골 과제입니다. 민주당은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 때도 법사위원장직을 자유한국당에 양보하면서 법사위 개혁안을 관철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민주당의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선거로 선출합니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법사위원장은 물론 전체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의석수를 무기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민주당이 ‘법사위 개혁’과 ‘법사위원장직 획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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