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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정의당, 전면적 쇄신 필요하다”

등록 2020-05-15 06:01

‘21대 총선, 정의당 자체평가서’ 보니
유권자에 찍어야 할 이유 못줘
양당체제 대안세력으로 각인 실패
“유권자, 차선으로 다시 민주당 선택”
비례경선 당력 쏟았지만 성과 미흡
국민 눈높이 맞는 공천 안 이뤄져
지역구 후보 배출 중요성 확인
미래·혁신위 구성 쇄신 논의키로
“결국, 왜 정의당을 찍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정의당의 자체 평가다. 코로나19 정국이 선거를 압도하고 위성비례정당이 등장해 선거제도 개혁을 무력화하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양당체제를 대체할 대안세력으로 정의당을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한겨레>가 확보한 정의당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중앙총선평가단 평가서’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보고서는 “민주당을 억지로 찍어왔던 유권자들이 정의당을 그다음 선택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차선을 다시 민주당을 선택했다”며 “반사이익이나 분할투표가 이루어질 조건조차 우리 스스로 만들지 못한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번 총선에서 지지율은 9.67%로 20대 총선 때 7.23%보다 97만8천명이 더 증가했지만, 지역구 1석을 포함해 총 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총선 과정에서 불평등 해소, 그린 뉴딜 등은 충분히 접목해 제기할 수 있는 의제였으나 정의당만의 목소리를 만들지 못했다”며 “여론을 움직일 만한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경선에선 “당력은 쏟았으나 성과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개방형 선거제도와 관련해 “10만명이 참여한 개방형 선거제도는 조직전략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조직선거에만 활용되는 오점을 남겼다”며 “개방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외부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그 취지에 맞게 국민의 눈높이 공천이 이루어졌다고는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번 비례대표 경선 절차가 노조 출신 등 조직 기반이 있는 후보들에게 유리한 구조였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대리 게임 의혹, 음주운전 등 후보자들의 이력 논란에 대해선 “당사자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당의 공직자 후보 검증 시스템에도 문제가 드러났다”고 짚었다.

지역구 후보가 출마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당지지율의 평균을 상회하는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나 지역구 후보 배출의 중요성도 거듭 확인됐다. 20대 총선 당시 지역구 후보가 없었으나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가 출마한 지역은 비례대표 득표율이 약 3.48% 증가했다. 정의당은 향후 과제로 △통합된 비전 확립 △누구를 대변할 것인지 정체성 형성 △지역후보 경쟁력 확보 및 당선 가능 전략 △당 조직의 전면 재정비 △대선 전까지 정치일정 결정 등 5가지를 꼽았다. 정의당은 ‘미래·혁신위원회’(가칭)를 전국위원회 산하에 설치해 세대교체 및 당 쇄신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정의당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는 이날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대근 우석대 교수는 “21대 총선 구도가 반드시 정의당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정의당이 차별성과 존재감을 과시했다면 기성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 사이에서 제3의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며 “조국 옹호로 민주당 이중대로 변질하는 등 생기발랄한 진보정당에서 낡고 노쇠한 정당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민주노동당 창당에서부터 출발한 진보정당 1세대와 그 역사가 키워낸 2세대, 진보정당을 책임질 3세대가 앞선 세대의 지혜와 당대 세대의 새로운 리더십, 미래세대의 활력으로 공존할 수 있는 정당 이미지를 구성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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