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TF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둔 정치권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두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었던 미래통합당은 ‘국민 통합’이란 명분을 앞세워 사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사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면론은 지난 21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퇴임 간담회에서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을 해야 할 적기다. 전직 대통령(사면)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직후 야당 인사들이 잇따라 제기하기 시작했다. 조해진 미래통합당 당선자는 25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죽고 난 뒤까지 부관참시하는 그 악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고리를 끊지 않으면 우리 정치사, 국민 역사 전체가 불행해진다. 어느 시점에 누군가는 (사면을) 결단해서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노무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마다 예외 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이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겠느냐”며 전직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사면 요구가 ‘느닷없다’는 반응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민 통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유죄를 전제로 한 사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박 최고위원은 사법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야 사면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 시점에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법률이 정한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지도 않아 사면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통합당이 ‘사면론’을 거듭 제기하는 데는 속내가 따로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두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전통 지지층을 다독이면서, 사면에 부정적인 거대 여당에 ‘반통합 세력’이란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 177석 거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 사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본다. 사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통합을 거부하는 것이냐’고 압박하며 정치적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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