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0일 낮 1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콩 데모시스토 당의 조슈아 웡 비서장과 네이선 로 주석과 함께 대담을 나누고 있다.
6·10 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홍콩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데모시스토당의 조슈아 웡 비서장, 네이선 로 주석이 화상 대담을 가졌다. 10일 낮 1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웡은 “홍콩 사람들도 영화 1987을 보고 영감을 많이 받았다”며 “한국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를 보고도 많이 배우고 감동받았다. 지난해 6월16일 200만명의 홍콩 시민이 거리에 나와서 시위를 했지만 정부가 송환법을 철회하지 않았다. 한국이 23회의 대규모 촛불집회로 대통령을 파면한 사례를 보고 우리도 견디자고 했다. 결국 3개월 만에 법안을 철회하게 하였다”고 말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지난해 6월9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부터 불이 붙었다. 홍콩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인도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법안인데 홍콩 민주화 운동 진영은 인권 운동가를 중국에 송환하는 데 이 법이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보이며 격렬하게 반대해왔다. 지난해 6월16일에는 2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1월24일 구의원 선거에서는 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중 400석을 얻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다른 나라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행위, 테러 등을 처벌하고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을 제정하기로 결의하면서 홍콩에서는 다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는 이같은 홍콩 분위기를 전하며 “중국 공산당이 이 법을 제정하는 목적을 모두 알고 있다. 우리가 하는 말과 정치 때문이다. 우리를 대상으로 홍콩보안법이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담에서는 웡의 말이 왜곡 보도되는 문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류 의원은 “얼마 전에 웡이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 표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0대부터 민주화운동을 해오고 한국의 역사를 잘 아는 한 웡이 그렇게 말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라고 묻자 웡은 “나도 당황했다. 보수-진보 언론을 가리지 않고 세계 많은 외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가짜뉴스를 보도하고 악의적 번역으로 나를 오해하게 하는 것은 처음이다”고 답변했다. 또 “한국 언론에 보도가 나오면 내가 한국 정부를 비판한 내용만 가지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 언론에 실망했고 당황하고 있다.
조슈아 웡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지난 3일 홍콩 입법회 앞에서 유럽 지도자들에게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를 촉구하는 펼침막을 들고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한국 언론이 5·18민주화운동 때 당시 상황을 목숨 걸고 알렸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같은 심정으로 홍콩 상황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류 의원은 최근 웡이 윤상현 무소속 의원에게 “홍콩 민주주의 우려를 밝혀줘 감사하다”고 말했다는 보도된 것이 오보였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도 그런 왜곡 기사 때문에 웡을 오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류 의원은 “1987년의 한국의 상황과 지금의 홍콩이 닮았다고 본다. 그게 맞는다면 홍콩에도 민주주의가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홍콩에도 봄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이에 웡은 “지난해부터 한국의 민간 조직과 정치인들 몇 명이 입장을 표시했다. 그 전에 접촉했던 국회의원들은 주로 나이가 있는 분이었는데 류 의원은 젊은 세대라 정말 새로운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한국 정부와 국회의원이 더 많은 입장을 표시해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글·사진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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