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들이 16일 오전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에 항의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여당 단독의 ‘쪼개기 상임위원장 선출’에 항의해 전날 본회의에 불참했던 미래통합당은 16일 상임위원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후속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차라리 18개 상임위 전부를 민주당이 가져가게 하자”는 강경론이 당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지도부는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차 추경과 대북 관계 등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박병석 국회의장이 전날 통합당 의원들을 6개 상임위원회에 강제 배정하고 민주당 주도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의회 사상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21대 국회는 개원부터 야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했고, 어제는 상임위원장 선출도 과거 경험하지 못한 기이한 방법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과거 헌정사에서 다수의 횡포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며 1979년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 제명 사례를 인용했다. 1979년 10월4일 집권 공화당이 날치기로 김영삼 총재를 국회에서 제명한 뒤 그 여파로 10월 부마 민주항쟁과 10·26 사태가 발생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한편 상임위에 강제 배정된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전원 사임계를 제출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앞으로 예정된 상임위 회의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앞서 권영세·박덕흠·조태용·태영호·유경준 의원 등 통합당 의원 2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을 찾아 상임위 강제 배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의회 폭거를 단행해 대한민국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강력히 항의했다”며 “강제 배정된 상임위원 자격을 바로 취소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 전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야당이 차지해야 할 법사위를 강탈해 가고 선심 쓰듯 상임위 몇개 내어주겠다는 오만하고 굴욕적인 제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민주당은 차라리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서 일당 독재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솔직한 모습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사의를 표명한 주호영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재신임’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국회에 나오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주 원내대표가 복귀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자리를 맡아도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누가 책임을 물을 수 있겠나”라며 “위기 앞에서 당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3선 이상 의원들 20여명도 국회에 모여 주 원내대표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비대위 차원에서도 주 원내대표의 복귀를 위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사령탑이 없는 상황임에도 통합당의 강경 기조는 여전하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이) 통합당 없이도 다 하는데 들러리 설 필요는 없다. 이미 통합당을 무시하는데 상임위에 들어가서 의견을 내도 들어주겠느냐”고 했다. 다만 장외투쟁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20대 국회에서 감행했던 삭발, 단식 등이 오히려 지난 총선에서 역풍으로 돌아왔다는 판단에서다. 의석수가 부족해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발목잡기 이미지를 더해봐야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대다수 의원의 생각이다. 다만 통합당은 자신들의 행동이 ‘국회 보이콧’이 아니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외교안보, 포스트 코로나 경제, 사회·교육·문화 등 현안 관련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의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주빈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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