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면서, 21대 국회에서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등 남북관계 안건을 우선 처리하려던 여권의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일처리에도 순서가 있는데, 지금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고 한다면 국민들 보기에 한가하게 느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개인적 판단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판문점선언의 비준은 좀 무리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여권의 이런 분위기는 며칠 전과 온도차가 확연하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의 최우선 처리 과제 중 하나로 4·27 선언 비준을 꼽아왔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북한에 우리가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중 가능한 것은 적극적으로 이행돼야 하고 국회를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송갑석 대변인은 “‘비준안 처리가 물 건너간 것은 아니지만, 속도 조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발의하고 정의당, 열린민주당 의원들도 동참 의사를 밝힌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도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15일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종전선언은 평화체제에서 필요한 게 아니라 전쟁 상태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적극 추진 의사를 밝혔으나,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당 차원에서 추진했던 게 아니다. 준비한 의원들이 어떤 일정을 가지고 있는지 제가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처리에는 여전히 적극적이다. 이번 사태가 대북전단 살포에서 시작된 만큼 당내에서는 전단 살포 행위를 강하게 규제하는 입법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지난 5일 김홍걸 의원은 사실상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담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대북전단 및 이에 준하는 물품을 남북 간 교역과 반출·반입 대상에 포함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판문점 비준은 원래 이번 사건과 관련 없이 국회가 정상화된 다음에 처리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대북전단 금지 법안은 그것과 관련 없이 상임위에서 통과되면 처리하는 걸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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