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차 추경을 위해 ‘비상한 방법을 강구’하라고 주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라’며 버티는 미래통합당 사이에 낀 더불어민주당은 마땅한 국회 정상화 해법을 찾지 못해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달 3일까지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경제 위기 극복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지만 아직 추경안을 논의할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등 12개 상임위가 구성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사의 표시를 한 뒤 일주일 넘게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를 이어가고 있어 원 구성 협상 상대마저 사라진 처지다.
애초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올 수도 있다’며 여당을 압박했던 민주당은 자세를 낮추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주 원내대표의 이번 주중 복귀 보도를 언급하며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통합당의 빠른 결단을 기대한다”며 “국회 정상화에 협조할 것을 통합당에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야당에 원 구성 협상을 호소한 셈이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야당과의 원 구성 협상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한 최고위 참가자는 “주 원내대표가 상임위를 모두 포기한다고 한 것은 언론에 한 말이지 않냐. 김 원내대표가 주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발언의 의미를 확인한 뒤 민주당 입장을 정하자는 정도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역시 “시급하게 원 구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지만 지금은 협상에 매진할 때라는 의견이 주류였다”고 전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상임위 전부 포기 발언은) 부장님이 ‘네가 부장해라’고 했을 때 (직원이) ‘그럴게요’라고 답변하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니냐. 진심으로 다 가져가라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협상 가능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18개 상임위를 모두 포기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다 가져가라는 것이 통합당의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한 초선 의원 역시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간다는 것을 전제로 의정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3선 의원도 이런 의견에 힘을 실었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상임위원장 포기는) 빈말이 아니다”며 “우리가 비굴하게 (일부 상임위를) 가져온다면 시작부터 야당의 기능을 완전히 거세당하고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칩거 중인 주 원내대표는 복귀 시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당 내에서는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간 뒤 주 원내대표가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 전에 복귀해 민주당에 타협이나 협상의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정환봉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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