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9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선물로 받은 오월어머니들의 미술 작품 엽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23일 “치유와 화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광주민주화운동 탄압에 대해 사죄했다.
노 원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역사의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가해자 측에 있었던 분들의 진정한 사과가 우선”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병세가 악화된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지난해에도 두 차례 광주를 방문해 사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도 5·18 희생자에 대한 사과의 뜻을 거듭 밝혔다. 노 원장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광주 5.18로 인해 희생되시고 또 여러가지 아픔을 느끼셨던 모든 분들께 다시 죄송한 마음을 드린다”며 “저희 아버님의 뜻을 또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직접 오지 못하시는 그런 뜻도 담아서 정중하게 참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상에 누운 노 전 대통령의 상태가 위중하다고도 전했다. 노 원장은 “(아버님이) 병상에 누워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 오면서 참배를 하고 또 사죄의 행동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고 저한테도 고스란히 마음의 짐이 됐다”며 “그러다 지난해 갑자기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일단 참배하러 가자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님이 병상에 누운 지 10년이 넘었고, 말씀과 거동을 전혀 못 하신 지도 꽤 오래됐다”며 “참배할 때마다, 광주 가서 여러 가지 (한 일을) 아버지께 보고를 다 드렸다”고도 덧붙였다. 노 원장은 이어 5·18 관련 기록, 주변의 증언 등을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고록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아버지의 진심을 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광주와 5·18에 어떤 역할을 했든 간에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생각하신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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