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3일 강원도 고성의 화암사에서 만나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양당 원내대표가 만난 건 지난 15일 민주당이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지 8일 만이다. 속초/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강원도 고성의 한 사찰에 ‘칩거’ 중인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러 한걸음에 달려간 것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상임위원장 선출이 하루빨리 완료돼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도 대외적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3차 추경은 전시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며 “통합당에 오늘 중으로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다시 요청한다. (우리가) 망부석도 아니고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고 통합당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압박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국민의 인내를 더 시험하지 않기를 통합당에 강력히 충고한다. 이를 끝내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비상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가세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이후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 “6월 임시국회 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했다. 박 의장은 “3차 추경의 긴박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여야가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통합당이 불참하더라도 일사천리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것처럼 엄포를 놨던 김 원내대표가 이후 강원도로 달려간 것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간접적인 방식으로 연일 3차 추경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본래 민주당은 추경안 심사를 담당한 예결위원장만 임명하면 추경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의 해석은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실은 국회사무처에 문의한 결과 이번 3차 추경안엔 정부 각 부처 운영비 삭감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심사가 필요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즉 남은 12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포함해 모든 원구성이 마무리돼야 추경안 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15일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 강행 때처럼 민주당이 독주하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에 추경안 처리를 위해선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통합당이 좀더 유연한 입장을 취한 것도 김 원내대표의 ‘고성행’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저쪽(민주당)에 멋대로 다 하라고 해놓지 않았냐”며 법사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원장은 맡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면서도 “우리 의원들 (상임위) 배정은 해야 하지 않겠냐. (김성원) 수석이 작업을 좀 해놓은 것 같더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18개 상임위를 모두 포기한다는 주 원내대표의 말은 언론을 상대로 한 말 아니냐. 직접 만나서 협상하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의석수에 따라 11 대 7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정환봉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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