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뒤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재판 결과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수원/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16일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큰 시름을 던 분위기다. 이 지사의 대선 주자 입지도 탄탄해질 전망이다.
이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민주당은 ‘최악의 1주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속에 마음을 졸였다.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등으로 정부·여당 지지율이 급전직하하는 추세가 완연한데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이 잇따라 공석이 된 상황에서 경기도지사 자리까지 잃게 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될 거라는 우려였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민주당 귀책사유 때문에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재보선 성적표가 좋지 않을 경우 대선 정국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지사의 유죄가 확정됐다면 광역단체장 3명이 공석이 되는 한국 정치사에 보기 힘든 장면이 펼쳐지게 된다. 당에는 굉장한 악재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일단은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짐을 내려놓게 된 이 지사의 대선 도전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서울시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이 지사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리스크를 던 만큼 민주당 대선 후보 구도는 1강(이낙연)-1중(이재명)-다약 체제에서 이낙연-이재명 2강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로 당권 주자들도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가도의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누가 대표가 되든 최악의 당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모두 대법원 판결 직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개원식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잘됐다. 축하하고, 경기도민들에게도 잘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 오늘은 천만다행인 날이다”라며 “앞으로 이 지사와 함께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더욱 힘쓰겠다”고 적었다.
이 의원 쪽 관계자는 “이 지사마저 지사직을 상실하면 여권 지지율의 하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되더라도 최악인 상태의 당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당 분위기가 더 나빠지면 이 의원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올해 안에 돌파하지 못하면 대권을 잡을 기회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경쟁자가 생긴 셈이지만 당의 파이가 큰 상태에서 1등을 해야지, 당의 파이가 줄면서 1등을 하는 것은 의미 없다. 대선을 봐도 잘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 쪽 역시 “당으로서는 큰 다행”이라면서 이낙연-이재명 대선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면 당권 경쟁에선 김 전 의원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재명 지사의 지지자들로선 이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8·29 전당대회에서 김 전 의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내년 4·7 재보선 판이 더 커지길 바랐던 미래통합당은 대법원 판결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은 마땅하나 오늘 판결이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비록 사법부는 이 지사에게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죄라 할 것이다. 도민과 국민에게 남긴 상처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환봉 김원철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