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구상중인 대북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이틀 앞둔 21일 미래통합당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따지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에게 비교적 무른 모습을 보여온 관례를 벗어나 짚을 것은 반드시 짚고 가겠다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들은 대부분 이 후보자의 가족과 관련돼 있다. 특히 아들의 병역 면제, 유학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이 후보자의 아들은 2014년 척추관절병증으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6년 군 입대를 원한다며 다시 신체검사를 받고 병역처분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병역 면제가 확정됐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이 후보자의 아들이 경주용 카트를 운전하고, 맥주 상자를 운반하는 사진 등이 공개되면서 면제 판정의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자 쪽은 “레이싱 영상은 아들의 지인이 하는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연출된 장면이었고, 척추질환 역시 일상생활은 가능한 질환”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자 아들의 유학 과정도 시빗거리다. 그는 2013년 경기 파주시의 디자인 교육기관인 타이포그라피배곳에 입학한 뒤 이곳과 편입 협약을 맺고 있는 스위스 바젤의 한 대학에서 14개월 동안 유학했다. 통합당에서는 스위스의 비싼 생활비와 학비를 고려할 때 ‘황제 유학’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타이포그라피배곳의 이사진에 이 후보자의 아내가 등재된 것과 관련해, 유학생 선발 과정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학비와 체류비 내역을 공개하며 통합당의 의혹 제기를 터무니없는 공세라고 반박했다. 1년 학비로 1200만원, 생활비로 3062만원이 들었는데, 학교 친구와 숙소를 공유하며 주거비를 아낀 덕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유학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야권은 이 후보자의 아내 이보은씨가 상임이사로 있는 비영리단체 ‘농부시장마르쉐’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임하던 2017~2020년에 서울시로부터 2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사실도 문제 삼고 있다. 사실상의 ‘특혜 지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 청문위원의 질문과 자료제출 요구에 대하여 이 후보자는 부분적·순차적으로 찔끔찔끔 해명을 내놓으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며 “그간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에 대해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보다 당당하고 진솔하게 인사청문회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자도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약식 회견을 열어 “(아들의) 병역 문제나 유학 문제와 관련해 큰 의혹은 어느 정도 규명했고 불식됐다고 판단한다”고 선을 그었다. 후보자 아내가 속한 엔지오가 서울시로부터 특혜 지원을 받았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선 “2008~2012년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시장이던 시절에도 환경부·서울시와 관련한 활동을 했음을 생각해보면 균형감 있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이제훈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