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당 대표 도전을 선언하면서 양강구도로 흘러가던 당 대표 경선이 3자구도로 개편됐다. 23일 <한겨레>와 만난 박 후보는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융합’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당 대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최고위원으로 이해찬 당 대표 체제의 지도부 중 한 명인 그는 “지난 2년간 민주당이 다 잘한 건 아니지만 안정적 관리로 총선 승리를 일궈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시즌 2’를 위해 본인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지난 2년, 대체로 잘했다”
―후보가 지도부 일원으로 이끈 민주당의 지난 2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2년간 큰 이슈들을 안정적으로 처리한 강점을 보였고 그런 안정적 관리 통해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 19로 상황이 많이 변했다. 새로운 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안정적 당 운영보다 현장성이 강조되는 형태로 당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 부분을 추구하기 위해서 나서게 됐다.”
―공과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잘했다는 평가인가?
“잘못한 부분이 없다고 한 건 아니다. 그러나 야당이 국회 보이콧하는 상황에서도 공수처 등 수십년간 안 되던 개혁법안을 처리했고,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갖춰 당내 분란이 많지 않았다. 혁신적인 플랫폼 정당의 발판도 만들었다.”
―대체로 잘했고, 그런 점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시즌 2를 열겠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당 지도부 시절, 당이 했던 결정 중 가장 아쉬웠던 결정이나, 본인 생각과 달랐지만 참았던 사례 있나?
“시대가 변했다. 기존에 민주당이 추구한 가치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가치들이 있다. 노동, 안전, 젠더, 공정 등이 그렇다. 이런 것들과 관련해 조금 더 신속하게, 활발하게 토론도 하고 반응도 했다면 국민 눈높이 더 맞는 정당이 되지 않았을까.”
―노동·안전이라고 하면 김용균씨 사망 이후 산업재해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의 아쉬움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좀 더 근본적인 부분까지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저희 힘만으로 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에 대해 당이 조금 더 명확한 입장을 가졌다면 하는 아쉬움 있다.”
―공정이라는 가치도 언급했는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내적 갈등이 있었나?
“조 전 장관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됐고, 저도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조 전 장관이 다 잘했다고 얘기한 적 없다. 그러나 핵심은 검찰권 남용이라고 봤다. 저는 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도 필요한 문제 제기였다고 본다.
―나잇대가 비슷해서 김해영 최고위원과 자주 비교된다. 조 전 장관 사태 등 당 안팎에 여러 일이 있을 때마다 김 최고와 달리 내부를 향한 비판적 소리를 별로 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
“지도부 출범할 때 영역을 나눴다. 저는 사법이슈, 김 최고는 청년 영역이었다. 발언 꼭지 제한된 상황에서 제 영역 발언을 한 것이다. 물론 꼭 역할 분담 때문에 그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총선에서 대승하고 100일 정도 지났는데 미래통합당과 지지율이 많이 붙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다고 보나?
“부동산, 박원순 시장 사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정규직 전환 관련 청년들의 분노가 엮인 결과다. 부동산, 인국공 등은 좀 더 국민에게 다가가서 설득해야 할 이슈들이었다. 국민 감정선이나 눈높이를 잘 봐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저도 지도부였으니까 (책임이 있다).”
―내용은 괜찮았는데 알리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인가?
“내용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부동산 정책은 자꾸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보니까 가격이 안 잡힌다. 인국공 관련해서는 정규직 준비했던 청년들에게 ‘장기적으로 이런 계획이 있다. 모든 분에게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하고 설명도 드렸어야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서울시장, 현재 출마 뜻 없다”
―당 대표 낙선하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하나?
”높은 평가 감사한데 지금은 전혀 생각 없다. 경선에 집중하고 있다. (*거듭 묻자) 제가 불출마 선언이라도 해야 하나? 차기 지도부가 후보를 낼지도 결정하지 않았다. 현재 뜻이 없다.”
―내년 4월 보궐 선거에 부산시장 후보 내지 말자고 했다가 최근 서울은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도 낼 수 있다는 뜻인가?
“보궐 선거 전체의 의미가 달라졌다. 정당으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무엇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선을 긋는 건 무리다. 차기 지도부와 당원들, 필요하면 전 당원 투표 등을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재·보궐 원인 제공 시 무공천’은 2015년 혁신안의 중요한 대목인데, 당시 혁신안이 무리였다고 평가하나?
“당시의 고민을 정확히 몰라서 평가하기 어렵다. 저는 지금 상황을 말할 수밖에 없다.”
―당 대표 낙선한 상황에서 내년에 당 대표 다시 뽑는 기회가 생기면 출마할 건가?
“이번에 당원과 대의원들이 저의 주장을 어떻게 평가해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필요 없는 메시지라면 아집을 부릴 필요 없을 것 같다.”
―조직 없이 당내 선거 치를 수 있나?
“2년 전 최고위원 선거 때 1등 했지만, 대의원 투표는 3등이었다. 대의원 투표 3등도 현장 연설로 마음 돌린 분들이 상당수여서 가능했다. 이번에는 대규모 유세가 없다. 조직이 없으면 불리한 선거라서 걱정이 된다. 온라인 통해 얼마나 소통하느냐가 승부처일 것 같다. 아홉 번 토론회 있는데 그때 잘 해보려고 한다.”
―22일 저녁 출마에 대한 누리꾼들 댓글 읽어보는 방송을 했는데?
“유튜브는 응원하는 댓글이 많고, 인스타그램에는 비판하는 댓글이 많더라. 권력욕 때문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권력욕 관련해서, ‘피해자를 돕던 이의 정치진출’이라는 점에서 윤미향 의원과 경로가 비슷하다. 국회 들어올 때 세월호 가족분들과 이견은 없었나? 의원 하면서 소기의 성과 거뒀다고 평가하나?
“민주당 영입제의 받고 고민 많이 했다. 세월호 가족들 옆에 있는 게 더 필요할 수도 있어서. 가족 총회에서 말씀드리고 ‘한 분이라도 반대하면 안 가겠다’고 했는데 반대하는 분이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 100% 만족하진 않지만 (세월호 관련해) 여러 성과 냈다.”
―여당 국회의원은 딜레마 상황에 자주 처한다. 특히 거대 여당의 당 대표가 되면 정부나 청와대에 쓴소리도 해야 할 텐데?
“정책은 세밀해야 한다. 구체성도 있어야 한다. 사전에 대화 필요하다. 당·정간뿐 아니라 국민과 대화도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유기적으로 잘 이뤄져야만 정책 실효성이 높고, 사회도 변한다. 그런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 화낼 것은 화내고 다독일 건 다독이겠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금 당 대표라면 어떤 쓴소리 하겠나?
“부동산 정책이다. 정책에 구멍이 없어야 한다. 이번에도 왜 아파트만 대상으로 했는가. 아쉬움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해 당의 대처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이 사건 전까지는 피해자 중심성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신속성, 민감성이 초기에 떨어진 부분 있었다고 본다. 굉장히 친한 사람인데 상상이 안 되는 일을 했다고 하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저도 그렇고 지도부가 처음엔 멍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둔감해진 것 같다.”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나 여성가족부가 나서서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좋은 말씀이다. 당에서 당연히 그렇게 요구할만하다. 검토하고 고려해볼 문제다.”
―가장 젊은 후보자다. 당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출마한 건가?
“세대교체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세대융합이 필요하다. 지금은 각 세대가 시루떡 쌓듯이 층층이 섞여 있지 않다. 연배가 높다고 교체되는 건 절대 반대다. 섞여야 한다. 중간인 제가 단층 간 균열을 낼 수 있다.”
김원철 서영지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