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을 선임하여 법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다른 대책을 세울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7월 국회에서 ‘176석 거대 여당’의 위력을 과시한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통합당이 위원 선임을 미루며 시간을 끌 경우, 공수처법의 관련 규정을 고쳐서라도 추천위원 구성을 마무리짓겠다는 뜻이다. 협조하지 않으면 힘으로 누르겠다는 사실상의 ‘투항 권유’인 셈이다.
실제로 7월 국회는 민주당의 모노드라마였다. 부동산값 폭등에 따른 민심 동요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바통을 넘겨받은 민주당은 지난달 말 부동산 관련 법안을 상임위에 일괄 상정한 뒤 통합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열린 두차례의 본회의에서 13개 관련 법안을 모두 처리했다. 정부 대책이 나온 지 25일, 관련 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은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민주당의 다음 목표는 공수처다. 7월15일로 정한 출범 시한은 이미 넘겼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공수처법은 민주당의 정체성과 같은 법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4일 본회의에서 공수처 후속 3법을 통과시켜 입법 차원의 준비는 마무리된 상황이다. 문제는 통합당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아 공수처장 임명 절차가 지연되면서 출범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가운데 야당 몫이 2명인데, 후보자 추천에는 최소 6명의 찬성이 필요해 통합당의 협조가 필수다.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다른 대책’이란 결국 공수처법의 추천위원 선임 규정을 손보는 것 외엔 없다. 이 대표가 차기 대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29일 전당대회 이전에 문제를 매듭지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된 법안을 여당이 단독으로 개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차기 당대표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고, 18일부터 시작되는 결산 국회에서 법 개정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주변에선 이번 발언을 ‘법 개정’과 연결짓는 시각을 부담스러워한다. 원내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야당을 최대한 설득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하도록 한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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