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전남 구례군 문척면 구성마을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마을회관에 남아있는 침수 피해 폐기물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복이 많다. 취임 뒤 줄곧 거대 여당에 얻어맞고 밀리기만 했는데 당 지지율은 올랐다. 최근엔 더불어민주당과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하는 당 지지율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라 깎아내리는 이도 있지만, ‘태극기 부대’와 결별하고 원내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준 덕에 지지율 반등도 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작은 괜찮았다. ‘딴살림’을 차리려던 미래한국당을 주저앉혔고, 불투명하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도 성사시켰다. 하지만 민주당과 원구성 협상에 들어가면서 스텝이 꼬였다. 최대 쟁점이었던 법제사법위원회를 넘겨주며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었고, 원내사령탑으로서 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그는 원내대표 취임 한달여 만에 사의를 밝히고 전국의 사찰을 떠돌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막후 지원과 ‘폭주하는 거대 여당 앞에서 할 만큼 했다’는 당내 동정 여론에 힘입어 열흘 만에 원내사령탑에 복귀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강경파 초선그룹에 떠밀려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모두 포기하면서 7월 국회 내내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상임위원장을 모두 내준 탓에, 통합당은 부동산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속도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통합당의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다. ‘무력한 피해자’에 대한 동정 여론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종인·주호영 ‘투 톱’이 장외투쟁과 선을 긋고 ‘국회에서 싸운다’는 원칙을 지켰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극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무른 사람이라 싸워보지도 못하고 진다, 야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중도층을 중심으로 한 국민 전체로 볼 때는 ‘삭발, 단식 같은 극단적인 투쟁을 하지 않고, 막말과 실수도 없다’는 호평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 등을 밝힐 예정이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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