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왼쪽 일곱째)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여덟째) 등 참석자들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수해 지원을 위해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오전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마친 뒤 ‘잠정 보류’로 급선회했다. 과거 추경안 편성 당시 예산 규모를 놓고 번번이 기획재정부와 충돌했던 민주당이 이번엔 예비비로 충당 가능하다는 정부 논리를 곧장 수용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재정 적자가 110조원을 기록한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아침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머리발언을 통해 “재난대비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4차 추경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1시간10분가량 동안 진행된 회의가 끝난 직후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중앙정부는 3조원 플러스알파로 예비비가 있고, 지방정부는 재난관리기금과 재난구호기금 등으로 2조4000억원을 갖고 있다”며 “추경은 추후 판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추경 카드를 접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기재부가 작성한 ‘보고서’였다. 애초 기재부는 당에 “수해 지원을 위해 1조~2조원밖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날은 4차 추경 없이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계획안을 가져왔다고 한다. 기재부 보고서는 지난 11일 행정안전부가 잠정 집계한 피해액은 5000억원이고, 앞으로 예상되는 피해까지 합치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참석자는 “과거 10년간 집중호우 유사 사례로 입은 피해가 5건 정도 있었는데, 최대 피해액이 5122억원이었다. 이번엔 그보다 많은 1조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복구비는 대략 피해액 대비 2.6~3배 정도 들기 때문에 수해 지원에 총 3조원가량 들 것이라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기재부는 현재 재정을 활용한 지원 방안도 밝혔다. 국고의 경우 남아 있는 예비비(2조6000억원) 가운데 1조3000억~1조5000억원을 수해복구비로 사용할 예정이며, 국고채무부담행위(국회의 사전 의결을 받아 예산 확보 없이 미리 채무를 부담하는 제도)를 활용해 1조3000억원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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