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왼쪽 일곱째)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여덟째) 등 참석자들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역대급 물난리를 수습하고 있는 당과 정부, 청와대가 재난지원금과 침수지원금을 두배씩 올리기로 12일 결정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계기로 지원금 제도가 마련된 이래 액수가 올라간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수해 지원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재난지원금을 사망의 경우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침수지원금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두배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기록적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당정청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가용한 모든 행정·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여야 정치권에서 제기된 4차 추경은 가능성이 낮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 병천천 제방 붕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 재정이 부족할까 봐 염려해 충분히 (피해 복구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추경 이야기가 나오는데, 추경은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직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충분히 비축돼 있다”며 4차 추경에 선을 그었다. 앞서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4차 추경은 ‘보류’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아침 회의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이해찬 대표 등은 4차 추경을 적극 고려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예비비 등만으로도 수해 복구 예산이 충분하다는 기획재정부 논리가 힘을 얻었다고 한다. 기재부는 앞으로 예상되는 피해액을 1조원으로 잡고, 수해 복구·지원에 총 3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중앙정부 예비비가 3조원 이상이고, 지방정부의 재난관리기금·재난구호기금 등이 2조4000억원에 이른다”며 “추경은 추후 판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한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하기로 결정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긴급 구조를 비롯한 일체의 현장 업무를 중앙정부가 총괄하고, 구호 작업과 복구·보상에 소요되는 경비를 중앙정부가 지원하며 피해 주민에게는 재산세·취득세·등록세 등 세금 감면과 납세 유예 혜택도 준다.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려면 행정 절차상 2주 이상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에 정부는 그 절차를 3일로 단축하는 등 최대한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번 폭우 피해에 따라 지난 7일 ‘우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경기 안성시 △강원 철원군 △충북 충주시·제천시·음성군 △충남 천안·아산시 등 7곳이다. 이번주 안에 피해가 심각한 대전·전남·전북 일부를 추가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관련해 “시·군 단위로 여건이 안 되면 읍면동 단위로 세부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2일 사이 수해에 따른 인명 피해를 사망 33명, 실종 9명, 부상 8명으로 집계했다. 이재민은 11개 시·도에서 4498가구 7809명이 발생해, 12일 현재까지 1600가구 3015명이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산사태 1134건, 농경지 침수 277.44㎢ 등 2만4203건의 시설 피해가 접수됐다.
노지원 서영지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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