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치와균형포럼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균형발전정책 추진현황 점검 및 과제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예고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2005년 1차로 시행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당시 일부 공공기관의 수도권 잔류 기준이 모호하다는 보고서를 내 이 기관들을 대상으로 이전 여부를 재검토할 뜻을 밝혔다. 국토부가 기준이 애매하다고 지적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센터,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시험연구소 등이 2차 지방이전 후보로 먼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겨레>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국토부의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용역’ 보고서를 보면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당시) 공공기관의 대상 범위와 수도권 잔류 기관 선정에서 그 기준의 모호함과 기준 적용의 불명확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1’을 발표하며 345곳의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중 175개 기관은 지방으로 이전하고 170곳은 수도권에 그대로 남도록 했는데, 잔류 기관 선정 방식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해찬 대표가 2018년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꺼내 든 뒤 국토부가 국토연구원에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평가를 의뢰해 작성됐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청와대와 민주당에 이 보고서 내용을 직접 전달했다.
보고서는 수도권 잔류의 ‘모호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을 관할구역으로 하는 기관 △구성원 상호 간의 상호부조, 복리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 △이전비용이 기대효과에 비해 현저히 큰 기관 등을 수도권에 남도록 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수도권을 관할구역으로 하는 기관’의 경우 본사는 비수도권에 있는데 분원이 수도권에 소재하는 기관들로 수도권을 관할하는 성격을 가졌는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기준에 따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센터,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시험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혁신전략정보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천연구센터, 정보통신진흥원 기술사업화지원센터 등 5곳이 수도권에 남게 됐다. 하지만 5곳 모두 본원은 지역에 있다.
보고서는 또한 당시 기준으로 든 ‘이전비용이 기대효과에 비해 현저히 큰 기관’ 역시 기대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밝혔다. 당시 이 기준을 적용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국립산림과학원, 소방검정공사 등이 수도권에 남았다. 전문가 설문조사에선 ‘동북아 경제 중심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한국은행, 한국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기준이 가장 부적절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잔류기준 적용에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판단 근거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신설되는 공공기관을 처음부터 수도권 외 지역에 설립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보고서에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으나 국토부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기준에 해당하는 공공기관들이 우선 재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응천 의원은 “혁신도시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에서 볼 때 분명한 성과를 보여줬지만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50%를 넘는 등 국가자원의 수도권 집중 문제는 여전하다”며 “초광역 협력사업 추진을 통해 정책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포함한 ‘혁신도시 시즌2’를 추진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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