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잘한다 39%, 못한다 53%.’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한때 70%선을 넘나들던 국정 지지도가 불과 3개월여 만에 30%포인트 넘게 ‘증발’해버린 것이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주요 지지층인 30대가 흔들린 게 결정적이었다. 여권의 분위기는 ‘패닉’에 가까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문제를 굉장히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39%, 부정 평가는 53%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일주일 사이에 긍정 평가는 5%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7%포인트나 뛰었다. 이런 긍·부정 평가 비율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던 지난해 10월 셋째 주와 같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35%로 가장 많았고 ‘전반적으로 부족하다’(12%),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8%), ‘독단적·일방적·편파적’, ‘북한 관계’, ‘인사 문제’(이상 5%) 등 차례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핵심 지지층이었던 30대에서 가장 큰 하락폭(43%, 17%포인트↓)을 보였다는 점이다. 생애주기상 30대는 부동산 이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령대다. 갤럽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집값 상승세 진정’ 발언과 청와대 다주택 고위 참모진 논란 등이 30대 연령층에 실망감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8~29살 연령층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긍정 평가(35%, 13%포인트↓) 하락폭이 가장 컸다. 그다음이 인천·경기(38%, 7%포인트↓), 부산·울산·경남(32%, 5%포인트↓), 대전·세종·충청(39%, 2%포인트↓) 차례였다.
국정 지지도 하락에는 부동산 요인 외에도 여권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민주당의 입법 독주, 추미애 법무장관 취임 뒤 심화된 법무부-검찰 갈등 등이 고루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지지층이 흔들린다는 게 가장 두려운 지점이다. 부동산 악재에 여당의 입법 독주, 도덕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우리 지지층이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청와대 자체조사 결과도 좋지 않다. 하루하루 지지도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이날 갤럽 조사 결과에서는 2022년 대선과 관련해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45%)이 ‘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41%)보다 높았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지난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33%였고, 미래통합당은 2%포인트 오른 27%였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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