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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친일 청산해야” 김원웅 광복회장 기념사에 통합당 발끈

등록 2020-08-16 11:19수정 2020-08-16 11:25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 등의 친일 행적을 거론하며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해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해야 한다며 환영했지만, 미래통합당은 ‘반일 장사’ ‘진영 논리’라고 맹비난했다. 제주도에서는 원희룡 지사가 “편 가르기”라고 반발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김 회장이 국립묘지에 안치된 친일·반민족 인사의 묘를 이전하는 이른바 ‘파묘’를 주장하면서 정치권에서도 ‘파묘법’ 추진을 놓고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찬란한 우리 민족의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해 존재하는 친일”이라며 “친일 미청산은 한국사회의 기저질환”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며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가 친일·친나치 활동을 했다는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받았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고 하는 곳에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있다”며 “친일을 비호하며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것은 매국노 이완용을 보수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나. 한국 사회의 갈등 구조는 보수와 진보가 아니고 민족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21대 정기국회에서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 인사의 묘를 이장하도록 하는 국민묘지법 개정이 추진될 것이라 말하며 “우리 역사는 친일이 아니라 독립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편향된 이념으로 국민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김 회장의 파직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립운동에 헌신하시다가 국민의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이승만’이라고 칭하며 모욕하고, 보수세력을 매국노 이완용에 빗대기도 했다.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낀다”며 친일 행적 조상을 둔 민주당 인사들부터 정리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반일 한다고 외치고 국내정치용 쇼만 하는 무능한 정부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 것이 광복회장이 해야 할 더 시급한 과제”라며 “정작 일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거꾸로 국민을 상대로 칼을 겨누고 진영 논리를 부추기는 사람은 광복회장의 자격이 없다”고 적었다. 허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사회 분열의 원흉이 된 김원웅 회장의 기념사는 도저히 대한민국 광복회장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아니 나와서는 안 될 메시지였다”며 “반일 친북, 반미 친문의 김원웅 회장은 파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원웅 회장의 과거 공화당·민정당·한나라당 시절을 언급하며 “김 회장이 국회의원과 광복회장을 역임하셨으니 돌아가신 후 현충원에 안장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친일 잣대만으로 파묘하자는 민주당식 과거 청산이라면 독재의 후예이자 부역자라고 훗날 진보 족속들이 회장님 묘소도 파헤치자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비꼬았다.

제주도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김 회장의 기념사 대독이 이뤄진 직후 준비된 경축사를 읽는 대신 즉석에서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이에 일부 참석자들이 고성을 지르고 퇴장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 지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편향된 역사만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에게 대독하게 한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이편저편을 나눠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받아야 되는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 가르기 하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환영했다. 송영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온전히 청산되고 있지 못한 친일 역사는 독립 선열들 앞에 고개 들기 어려운 부끄러움”이라며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현실을 선열들 앞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적었다. 이어 “친일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후과”라며 친일 잔재 청산을 강조했다. 민주당 대표 후보로 나선 박주민 의원은 김 회장을 직접 찾아가 “친일 청산은 여당 야당의 정파적 문제도 아니고, 보수·진보 이념의 문제도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라는 회장님의 광복절 축사를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황희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유족들이 대한민국 땅에서 친일 청산하자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시절이라는 것이 서글프다”라며 “통합당 분들에게 한 말도 아닌데, 불편함을 저렇게 당당하게 드러내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최근 권칠승 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고, 유골이나 시신을 다른 장소로 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 역시 친일 반민족 행위자나 서훈이 취소된 사람은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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