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에 압승한 이후 여권엔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총선 직후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을 시인하며 사퇴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피소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사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의 운영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청년층 민심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하락세에 불을 댕긴 건 ‘부동산’이었다.
결정타는 ‘청와대발 다주택 파동’이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내부 소통이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다주택자 참모진에게 주택 처분을 강권하면서, 자신은 강남 아파트 대신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가 ‘대통령의 최측근도 똘똘한 한채를 지킨다’는 조롱과 냉소를 자초했다. ‘강남 2주택자’인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시세보다 비싸게 집을 내놓는 등 논란을 일으키다 결국 집을 팔지 않고 청와대를 떠났다. 민심 악화에 노 실장을 포함해 비서실 산하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노 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은 유임되면서 쇄신 이미지마저 잃었다. 당내에서도 “쇄신을 희망하는 민심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개혁도 ‘법무부 장관 대 검찰총장’ 구도로 흐르면서 본질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검언유착’에서 ‘권언유착’으로 프레임이 이동하고 있다. 부정 여론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친 행보가 지지율 하락에 상당히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특정한 정책보다는 ‘오만하다’는 전체적인 이미지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정책 낸다고 부동산 가격이 바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그런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겸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정책을 제시할 때도 ‘실력 발휘 못해 죄송하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늘 자신만만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위기를 인지하는 능력부터 떨어졌다는 데 입을 모았다. 주류 일색인 당의 세력 구도상 이견이 나오기 힘들고, 비판이 터져나와도 수용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보통 이런 상황이 되면 당권 주자들이 청와대나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에선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중 아무도 그런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중도층이 떠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40%대 아래로 떨어졌다는 건 지난 대선 때 표를 준 사람들이 이탈한다는 의미다. 35% 선까지 무너지면 진짜 위기가 온다”고 경고했다.
김원철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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