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의장실에서 정례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 의장,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정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코로나19 등 생활밀착형 이슈에 여론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상대편 정당의 돌발 악재에 지지율이 반등하는 ‘반사이익 효과’가 각 정당의 희비를 가르는 형국이다.
20일 리얼미터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506명을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2.5%포인트)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4.1%포인트 오른 38.9%를 기록해, 37.1%(0.8%포인트↑)에 그친 통합당을 오차범위 안에서 다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은 지난주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3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통합당에 지지율 역전을 허용한 바 있다.
이날 지지율 재역전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재확산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리얼미터 쪽은 “통합당은 코로나 재확산 조짐 속에 강행된 광화문 집회와의 연관성이 제기되면서 지지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고, 민주당은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탈했던 지지층이 재결집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재확산이 심상찮은 기미를 보이자 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뒤늦게 선을 그었지만, 홍문표 의원과 김진태·민경욱·차명진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 등 범보수 진영 인사들이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확산 책임론’이 확산되는 빌미를 줬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육아·교육 등에 민감한 3040세대가 광화문 집회에 분노하면서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 여기에 더해 통합당 지지층 결집에 대응한 민주당 지지층 결집도 반영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통합당의 지지율 역시 서울 집값 폭등과 청와대 다주택자 논란 등 정부·여당의 실책에 기댄 측면이 컸다. 통합당은 지난 4월 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기본소득 의제화’ ‘세월호 유가족 면담’ ‘원내 투쟁 고수’ 등 당내 혁신을 지속해왔지만 정당 지지율은 20%대 후반(리얼미터 기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집값 불안에 이어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논란이 불거진 7월 3주차(31%) 이후 지지율이 30%대로 올랐고 8월 2주차 조사에선 민주당을 앞선다는 조사 결과(통합당 36.5%, 민주당 33.4%)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정책 실패가 부각되자, 대안적인 실용 정당으로의 변화가 평가를 받기 시작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4·15 총선 이후 중도층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반사이익 메커니즘’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도라고 진단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여당이 대승을 거둔 총선 구도가 깨지면서 중도층 움직임에 따라 정국이 변동하는 진폭이 커진 상황”이라며 “중도층이 민주당의 대승을 이끌었는데, 이를 절대적 지지층으로 착각한 민주당이 오만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반사이익 효과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민주당에 실망한 지지층에게는 열린민주당이라는 대체재가 있고, 무당층이라는 피난처도 있다”며 “상대 정당 실책으로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정당 지지율 조사는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라며 “50대 이상, 이념적 중도층은 반사효과로 지지 정당을 이동할 수 있는 그룹”이라고 진단했다.
노현웅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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