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박창진 정의당 갑질근절특별위원장, 배진교 전 원내대표, 김종민 부대표에 이어 9일 김종철 선임대변인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오는 27일 치러지는 정의당 당 대표 선거 대진표가 짜여졌다.
이번 선거에선 더불민주당과의 ‘관계 설정’ 및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종민·김종철·배진교 후보는 민주당과 선을 긋고 독자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 비교적 분명하다. 김종민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독립된 정당으로 민주당 2중대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슈퍼여당이 되면서 여러가지 보수화·기득권화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모습에 대해서 철저하게 회초리도 들고 할 말을 하는 그런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철 후보는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우리의 길은 거대 정당들에 압력이 되어 오늘날 무상급식, 고교등록금 폐지, 아동수당 도입, 의료보장성 확대, 탈원전 시동 등의 성과를 냈다. 우리가 진보정당다운 길을 지킬 때, 가장 많이 박수받았고, 가장 빛났다”고 강조했다. 진보정당의 독자적 정책 노선을 강조한 셈이다. 배진교 후보도 이날 오전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과거 민주대연합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을 한다”며 “민주당이 대변하는 시민과 정의당이 대변하는 시민이 분명히 다르다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창진 후보는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한 번도 진보정당이 민주당을 의식해 선명성과 독자성이라는 이름으로 차별화에 집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혁신의 방향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논란과 관련해서도 “정의당이라면 적어도 박원순 시장이 걸어온 길을 존중하고 애도하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사회적 성찰로 이어지게 만드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문 거부 방식이 아닌 다른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나름의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네 후보는 조직적 기반이 서로 다르다. 김종민 후보는 당내 서울 지역 중심의 조직인 ‘함께 서울’의 지원을 받고 있다. 김종철 후보는 당내 좌파(민중민주) 계열에 지지를 두루 받고 있다. 지난 총선 때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던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김 후보를 돕고 있다. 박창진 후보는 당내 참여계와 함께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았던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가 박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진교 후보는 민족해방(NL) 계열인 ‘인천연합’이 주요 기반이다. 당내에서는 이정미 전 대표가 인천연합 출신이다.
정의당은 오는 10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치고 당대표, 부대표 5명,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전국위원 53명, 당대회 대의원 343명을 선출하는 전국동시당직선거에 돌입한다. 전당원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는 이번 선거는 26일에 마무리되며 당 대표 선거 결과는 27일 발표된다.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때는 다음달 5~9일 결선투표로 최종 당선자를 뽑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9일 작성된 기사에서 정의당 대표에 나선 박창진 후보의 이력을 ‘대한항공 사무장’ , 박 후보 캠프의 천호선 선대위원장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표기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의당 공식 직책을 표기하지 않은 데 대한 박 후보 선거대책본부의 유감 표명을 받아들여 11일 박 후보는 ‘정의당 갑질근절특별위원장’, 천 선대위원장은 ‘정의당 전 대표’로 수정 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