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의혹과 설화로 바람 잘 날 없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 대표의 ‘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취임한 지 보름밖에 안 됐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특혜 군 복무’ 의혹을 둘러싸고 ‘실언’과 ‘막말’이 잇따르는데다, 이스타항공의 ‘문자 집단 해고’ 논란에 연루된 이상직 의원, 재산공개 허위 신고 의혹에 휩싸인 김홍걸 의원 문제 등 갖가지 난제가 쌓여 있다. 당 안팎에선 ‘악재 대응 능력’이 이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할 첫 시험대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추미애 장관’을 거명하며 당 차원의 분명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당 소속 의원들의 노력으로 사실관계는 많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더 확실한 진실은 검찰 수사로 가려질 것”이라며 “야당이 정치 공세를 계속하면 우리는 사실로 대응하고 차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의 배경엔 자체 조사 결과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대표 쪽 관계자는 “국민 정서와는 조금 다르지만 당 차원에서 조사한 바로는 추 장관 아들이 특혜를 받은 증거가 없다”며 “조국 전 장관은 사모펀드 투자만 봐도 고위공무원으로 처신이 부적절했던 것이지만 이번 사건은 그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해명이나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상직·김홍걸 의원의 경우엔 단호한 대처를 요구했다. ‘대량 해고’를 부른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은 콕 찍어 이름을 거론했고, 재산 축소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홍걸 의원은 에둘러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상직 의원은 창업주이자 국회의원으로 책임을 갖고 국민과 직원이 납득할 수 있는 조처를 해달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 당시 신고한 재산과 지금 신고한 재산 차이가 설명되지 않는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철저히 조사해서 응분의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며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앞서 이 대표는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뉴스 편집 압박성 문자’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자 다음날 바로 “엄중하게 주의를 드린다”고 공개 경고하는 기민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동안 현안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이 대표로선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상직·김홍걸 의원은 현재 우리 당에 부담을 주고 있지 않느냐. 그런 만큼 본인들이 해명하고 책임질 부분 있으면 책임져달라는 얘기를 적절한 시점에 적절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악재가 몰아치는 만큼 앞으로도 ‘할 말은 한다’는 기조는 이어갈 방침이다. 한 최고위원은 “여러 가지 악재가 생기면 우물쭈물하지 않고 바로바로 맞으면 맞는 대로 틀리면 틀린 대로 곧바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영지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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