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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당 대표 퇴임’ 심상정 “국민의 삶에 희망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등록 2020-09-24 15:36수정 2020-09-24 22:55

24일 당 대표 퇴임 기자회견
‘반성’ ‘성찰’ 메시지 전하면서
4·15 총선 결과 아쉬움 드러내
“정부, 불평등 해소 의지 부족” 지적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의당은 27일 제6기 전국동시당직선거를 통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한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의당은 27일 제6기 전국동시당직선거를 통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한다. 연합뉴스

“재난의 시대, 불평등의 시대에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가 가져올 희망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더 필요했는지 깊이 성찰하겠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당 대표 퇴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총선 결과를 비롯해 미완으로 남은 정치개혁 등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진보정치 2세대 지도부”가 될 차기 당 대표에 격려를 보내달라고 했다. 심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 동안 맡아 온 5대 정의당 대표직을 정해진 2년 임기보다 열 달 앞서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돌아간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 대표는 지난 총선에 적용된 개정 선거제도와 새 선거제도가 적용된 4·15 총선 결과에 대해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 이뤄낸 개정선거법은 실현되지 못했다”며 “개혁공조로 천신만고 끝에 일군 제도적 성과가 기득권 공조에 의해 유린된 과정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뼈아픈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비례위성정당’에 대해 심 대표는 “위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중앙선관위에서 충분히 제지할 수 있었던 사안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이고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정치개혁을 좌초시킨 더불어민주당”에 “결자해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정기 국회 나아가 21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 지, 민주당에 당부할 말이 있는지 묻자 심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민주당과의 개혁 공조는 불행한 기억밖에 없다”고 잘랐다. 대신 심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심 대표는 “대통령께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화답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2400명씩 죽어가는 산재 노동자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604명 이스타 항공 해고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강원도 고성 산불, 코로나19 확산 등을 막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근본적인 불평등 문제 해결에는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심 대표는 “폭등하는 집값 앞에서 집 걱정하고,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그런 시민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며 “(정부가) 불평등 해소에 대한 근본적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적극적 해법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고 박원순 서울 시장에 대한 조문을 둘러싸고 당내 이견이 표출되고 대규모 탈당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해서는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입장 차이보다 “소통 과정에 부족함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년 서울과 부산시장을 뽑는 재보궐 선거에 대해서는 “당연히 후보를 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야할 지를 묻는 기자의 말에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일 당시 당헌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하는 등) 귀책사유가 있으면 자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명시했다”며 “스스로 정한 당헌을 지키는 게 책임정치”라고 했다.

심 대표는 2022년 대선 출마 여부 등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두 차례 질문이 나왔지만 말을 아꼈다. 그는 “대표직을 잘 물려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자신의 정치 행보보다 차세대 지도부가 자리를 잡는 일을 돕겠다는 취지다.

한편, 최근 정의당 대전시당원장에 출마한 후보가 류호정, 장혜영 의원을 겨냥하는 듯한 사진을 올리며 ‘극단적 페미니즘과의 결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 대표는 “당원들이 우리 당의 페미니즘에 대한 상식을 기초로 잘 평가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정의당에)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의당의 페미니즘은 여성에 특권 부여가 아니라 (미국) 긴즈버그 대법관이 말했듯 여성의 목을 짓누른 불평등을 치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퇴임 기자회견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참석해주신 기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정의당 대표, 심상정입니다.

저는 곧 14개월간 맡아온 당대표직을 마무리합니다. 빠르면 3일후당대표선거가 결선으로 가면 10월 7일까지가 제 임기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를 믿고 뒷받침해주신 당원여러분과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늘 애정으로 정의당을 알려주신 기자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기득권 양당체제를 혁파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당대표가 되었습니다. 국민을 닮은 국회를 만들어 다양성의 정치를 실현하고, 촛불 국민들의 열망에 과감한 개혁으로 응답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또 오랫동안 진보정치 안에서 단련된 유능하고 헌신적인 정치인과 청년정치인들에게 공직의 기회를 넓게 제공할 수 있는 정의당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그러나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 이뤄낸 개정선거법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개혁공조로 천신만고 끝에 일군 제도적 성과가 기득권 공조에 의해 유린된 과정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뼈아픈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재난의 시대, 불평등의 시대에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가 가져올 희망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더 필요했는지 깊이 성찰하겠습니다.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국민이 보내주신 9.67% 지지율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애정을 담은 지지가 총선실패나 작은 의석수에 가려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재난의 시대에 양극화의 골짜기는 더욱 깊이 패여가고 있으며 대다수 서민들의 삶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더 강화된 양당체제는 국민의 삶과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재난의 시대에 시민들의 안전과 존엄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더 좋은 정당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개혁의 필요성은 오히려 절실해졌습니다.

그래서 저와 정의당은 멈추지 않겠습니다.

정의당은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태어난 정당입니다.

정치개혁은 저 심상정에게 숙명 같은 일입니다.

민생개혁의 디딤돌을 놓는 사명입니다.

승리를 이루었을 때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돌아보면 기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매번 큰 패배와 수렁의 깊이를 느낀 후에야 결국 승리는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진보정치 20년이 저에게 준 교훈입니다. 다시 신발 끈 조여 매고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개혁의 길로 나설 것입니다. 낡은 양당체제 극복하고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시민들의 삶의 복판에 정치를 세우겠습니다.

정의당은 시대정신의 선두에 서 있는 정당입니다. 늘 한발 앞서 한국사회의 변화 방향을 지목해왔습니다. 저는 임기 동안에 두 가지 일에 몰두했습니다. 미래정치 주체로서 청년정치도약대를 만들고 기후위기 극복 선도정당으로서 비전을 준비해 온 일입니다.

앞으로 당의 발전에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첫째, 어느 정당도 하지 못한 청년 전략 명부를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비례대표 의원의 3분의 1이 청년입니다. 청년 당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당내 당’ 청년정의당도 곧 출범합니다. 미래를 움직일 이들이 오늘의 정치권력에 도전하는 문을 열었습니다.

둘째, 원내정당 중 최초로 그린뉴딜위원회를 발족하고 기후위기 극복 선도정당으로서 비전과 의지를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불평등을 타파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시대전환을 위한 정의당의 좌표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그동안 기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진보정치를 성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심상정은 기후정의를 주도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 그동안 높은 산 정상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책임져야 할 무게도 가볍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그 짐을 후배동료들과 나눠들고자 합니다.

제가 대표직에서 조기에 물러나기로 결심한 까닭은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감 때문만이 아닙니다. 정의당 시즌 투를 더욱 빨리 선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탄생하는 새 지도부는 누가 되더라도 진보정치 2세대 지도부가 될 것입니다. 정의당 시즌 투를 여는 혁신지도부가 될 것입니다. 진보정치 1세대와 3세대를 연결해 줄 튼튼한 교량으로서 거대양당과 차별화된 세대연대의 팀 정의당을 완성시켜나가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주리라 기대합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항상 정의당의 승리를 꿈꿉니다. 정의당은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고, 언제나 한국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정당입니다. 정의당의 승리가 한국 정치의 승리이자,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청소년 성소수자 자영업자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믿음을 굳게 다져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

이제 저는 정의당 대표로서의 책임을 내려놓습니다만,

정의당의 자랑스러운 당원으로서,

또 국회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국민의 삶 한복판에서, 일터에서, 지역에서

시민 여러분을 만나고 대화하며

재난의 시대를 극복할 힘을 모아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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