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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중산층까지 공공임대를’ 문 대통령 주문, 기재부서 반대했다

등록 2020-10-08 04:59수정 2020-10-08 09:10

기재부 “주택도시기금 부족”
국토부 “재원 여력 충분” 반박
우원식 “재정당국, 주거복지 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에게까지 확대하라’고 지시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막혀 사업에 진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질 좋은 평생주택 관련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의 결과 내부보고자료’를 보면, 기재부는 국토부와 관계부처 협의에서 “공공임대주택 정책 취지 자체가 일정 소득 이하 국민의 주거복지를 위해 공공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지속해서 임대주택 관련 재정 투입 규모가 증가하고, 주택도시기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규모를 중형 평형(60~85㎡)으로 확대하는 것은 재정 여건상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기재부는 입주자 소득요건 제한을 없애고 시세와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게 하는 ‘중산층 전용 임대주택’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기재부의 이런 제안은 문 대통령이 지난 8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고, 교통문제 등 필요한 후속 대책을 빠르게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에 배치된다. 국토부는 “기재부 의견은 중산층을 포함해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 거주하면서 공공임대주택 이미지를 개선하고, 다양한 면적의 주택을 공급해 중산층의 실수요도 해소하라는 ‘질 좋은 평생주택’ 지시 취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재정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현재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36조원으로 중형 평형 공급의 추가 재원 투입 여력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기재부가 제안한 ‘중산층 전용 임대’가 지난 정부 시절 추진한 ‘뉴스테이’나 ‘시프트’와 비슷한 유형으로 공공성이 떨어지고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주거복지보다 경제성을 앞세우는 재정당국의 시각이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를 저해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질 좋은 평생주택 공급을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선택지를 늘려주지 않는다면 내집 마련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 현상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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