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의 걸림돌인 당헌의 귀책사유 조항을 전당원 투표를 통해 고치겠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다.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의 경우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약속 파기’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당원 투표를 남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4월 총선 직전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에 반대해온 입장을 뒤집고 전당원 투표를 통해 74.1%의 찬성 의견을 확보한 뒤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한 바 있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민주당이 10월31일~11월1일 실시하는 전당원 투표는 이 조항을 개정하는 것에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헌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으면 당 중앙위원회에서 구체적 개정안을 마련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당헌 제96조 2항에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후보자 공천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단서 조항을 담는 방향으로 개정할 가능성이 크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보궐선거 공천이 ‘약속 파기’이자 ‘원칙 훼손’이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여러 고뇌와 고민이 있었다”며 “후보를 내서 공당으로 책임을 다하고 좋은 정책을 제시해 시민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에 더 부합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민주당이 사실상 서울·부산시장 공천 방침을 굳힌 만큼, 그동안 잠잠했던 후보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전 원내대표, 재선그룹의 박용진·박주민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당 안팎에선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여론 정지 작업도 없이 민감한 사안을 급작스럽게 공론화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한 고위 당직자는 “시·도지사 예비후보자 등록이 12월 초인데다 야당이 벌써 보궐선거 준비에 뛰어든 상황이라 더 늦추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를 발족한 국민의힘은 이날 당헌·당규상 결격 사유 외에도 권력남용, 성비위, 갑질, 파렴치한 행위 등 공직 후보자로서 부적절한 사안을 검증하기 위한 ‘시민검증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부산 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전임 단체장들의 성범죄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야당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것에 책임을 진다던 민주당이 ‘후보를 내서 진정한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귀책사유가 있는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 조항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하던 시절 만들어졌다. 스스로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정환봉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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