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3월 출범을 목표로 대선용 싱크탱크를 준비 중이다. 친문재인계 의원들도 이달 안에 대규모 싱크탱크를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내년 봄 시작될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여권 내 세력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이 대표 쪽 인사들은 ‘연대와 공생’이란 싱크탱크 예비모임을 꾸렸다. 지금은 임의단체 성격이지만, 내년 3월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법인으로 전환해 이사진을 꾸리고 정식 싱크탱크로 확대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실무 준비는 이 대표가 국무총리로 있을 때 총리실 민정실장을 지낸 남평오씨가 총괄하고 있다.
‘이낙연 싱크탱크’는 경제·사회·정치·국민건강·과학기술·외교안보 6개 분과로 꾸려진다. 분과별로 소장과 간사를 둬 연구 실무를 총괄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핵심인 경제 분야는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소장을 맡고 전병조 전 케이비(KB)증권 대표이사가 간사를 맡는다. 사회 분과는 정근식 서울대 교수가 소장을,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간사를 맡는다. 정치 분과 소장은 김남국 고려대 교수가, 국민건강 분과 소장은 김재상 이화여대 교수가 내정됐다. 각 분과는 소장·간사·팀장 체제로 꾸려지는데, 분과별로 3~4개 팀을 둬 세부 프로젝트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총리 시절 장관을 지낸 관료 출신들도 일부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싱크탱크가 정식 법인으로 전환되면 등기이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준비 모임에 관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현재는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단계로 한국 사회의 대전환에 관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라며 “대표 임기가 끝나는 3월이 되어야 구체화될 것이다. 준비모임도 원래 전당대회 전에 출범시키려고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합금지 조처 때문에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크탱크 참여 인사들의 면면을 두고, 정치권과 학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념으로는 중도 성향에, 문재인 정부 들어 행정부나 각종 위원회의 중요 직책에 등용되지 않은 학계 인사들로, 일부는 이 대표와 호남 인맥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평했다.
친문 의원들도 ‘민주주의4.0 연구원’(가칭)이라는 별도의 싱크탱크를 발족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의원을 중심으로 정태호·황희 의원이 실무를 맡고 있다. 이낙연 대표의 싱크탱크가 학계 인사와 관료 출신들이 주축인 것과 달리 계파색이 뚜렷한 정치인들이 중심이다. 홍영표·전해철·김종민·김영배 의원 등이 창립 회원으로 참여한다. 사단법인 형태로 만들어지는 연구원 초대 원장은 도 의원이 맡는다.
연구원은 격주로 세미나를 열고 국외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여 의원은 “대전환의 시기에 재집권을 위해선 어떤 과제에 천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연구하고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6일 드루킹 사건 2심 판결을 앞둔 김경수 경남지사의 정치 일정과 연구원 발족을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