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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5컷으로 본 박지원 국정원장의 100일

등록 2020-11-05 20:31수정 2020-11-05 21:23

미 대선 끝난 다음 주부터 방일 등 대외활동 본격화 예상
박지원 국정원장이 3일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정원장이 3일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청와대·정부의 통일·안보라인 교체 때 ‘깜짝 인사’로 관심을 모았던 박지원 국정원장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누구보다도 노련한 정치적 감각을 발휘해온 그는 국정원장에 지명되자마자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국정원 사상 처음으로 여성 차장을 임명하고 사이버 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등 내부 정비에 주력해왔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금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으로 입법화될 전망이다. 박 원장의 100일을 5가지 장면으로 엮어봤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7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7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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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문위원들을 몰아친 후보자 (7월27일)

이명박 정부 당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박근혜 정부 때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까지 9명을 낙마시킨 ‘저격수’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 7월27일 처음으로 ‘수비수’인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무대에 올랐다.

이날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주호영 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들고나온 이면합의서였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5억달러를 보내고 25억달러의 투자·차관을 제공하기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라는 제목의 이면합의서가 있었다는 것이다. 2000년 4월8일 자로 작성된 문서 하단에는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박 원장의 서명이 담겨 있었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서가 사실이면) 30억달러를 제공한 엄청난 것”이라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앞선 대북송금특검에서는 현대 쪽에서 5억달러를 국가정보원 계좌를 통해 비밀리에 북한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는데, 추가로 25억달러의 추가 금액을 약속한 합의서가 존재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면합의서 등장에 잠시 주춤했던 박 원장은 이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합의서는) 저를 모함하기 위해 (누군가) 위조했다고 생각한다. 사본을 주면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또 “그런 위조 서류를 가지고…비겁하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면책특권 쓰지 말고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라”며 오히려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박 원장은 1965년 단국대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조선대 학력을 허위로 꾸며 제출했다가 2000년에 이를 광주교대 기록으로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하태경 당시 통합당 의원이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학적부 제출을 요구하자 박 원장은 “학적 정리는 대학에서 책임질 일”이라며 학적부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단국대 편입이 있었던) 55년 전이면 하태경 위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저는 당시 단국대 학칙을 모르니 저한테 묻지 마시고 단국대에 가서 물으시라”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같은 거센 공방전을 치른 뒤 야당이 불참하는 바람에 박 원장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여당 단독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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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뿔싸! 동선 공개 (8월2일)

박 원장은 방송 출연은 물론 사회관계망(SNS)도 활발하게 사용해왔다.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사실이 알려지기 하루 전인 지난 7월2일만 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 링크를 포함한 글을 14개나 올릴 정도였다. 중독에 가까울 정도였던 ‘에스엔에스 사랑’이 멈춘 것은 7월3일부터였다. 국정원장 지명 발표가 나온 직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에스엔에스 활동과 전화 소통도 중단합니다”라고 다짐했다. 이후 자신과 관련한 칼럼이나 동영상 등만 간간이 올리던 박 원장은 8월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내에게 애들과 가려다 폭우로 연기했습니다. 교회 갑니다”라고 적었다가 동선을 공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자녀들과 함께 2018년 세상을 떠난 부인의 묘소를 가려다 취소하고 교회를 간다는 단순한 내용이었지만,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수장이 자신의 동선을 에스엔에스에 공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박 원장은 “교회 갑니다” 부분을 삭제했다. 박 원장은 지난달 13일 미국에서 장례를 치른 큰형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지난 8월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정원장이 지난 8월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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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여정 위임통치 논란’ (8월20일)

난 8월20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는 ‘위임통치’라는 단어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박 원장의 정보위 데뷔 무대였던 이날 국정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에게 분산시켜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위임통치’라는 단어를 사용해 설명했다. 가뜩이나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한차례 돌았던 상황에서 위임통치라는 용어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김여정 부부장으로의 권력 이양으로 해석될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위임통치 혼란’은 오후에 거듭된 국회 정보위 간사 브리핑 등을 통해 정리됐다. 하태경 당시 미래통합당 정보위 간사는 “김정은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과거보다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고, 국정원 관계자는 “권한이 분산됐다는 의미”라고 다시 확인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는 “대통령이 결재를 다 못 하니까 장관이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중요한 건 (김 위원장) 본인이 (결정)한다”고 설명하면서 논란을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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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파국 막은 북의 전통문 (9월25일)

지난 9월 북한군에 의한 서해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 사건이 벌어진 뒤 남북의 긴장은 크게 높아졌다.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북 통신망이 모두 끊어지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민간인 총격 사망 사건은 충격과 함께 전 국민적인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은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가 보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담긴 전통문을 전달받아 공개하면서 파국을 피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남북 소통망이 끊어진 가운데서도 국정원만큼은 북과의 ‘핫라인’을 유지해왔음을 보여준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전통문에서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의 가시적인 진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박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발탁된 배경에는 지난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과 협상을 맡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국회의원 시절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해 신뢰를 쌓아온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시 말해 남북문제 해결이 박 원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인 셈이다. 특히 박 원장은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변화할 미국의 대북 전략과 북한의 대미 전략을 모두 살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한겨레 자료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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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포스트 아베’ 시대 첫 일본행 (11월)

박 원장에게는 그동안 꼬일대로 꼬인 한일관계의 실마리를 푸는 역할도 주어져 있다. 일본 민영방송 <티비에스>(TBS)는 지난 3일 박 원장이 다음 주 일본을 방문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와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정부 고위직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박 원장이 일본을 방문하면 친분이 두터운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 등과 현재 한일간 핵심 쟁점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한 양국의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북관계와 한일관계의 핵심 변수인 미국 대선이 마무리되는 다음 주 박 원장의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국정원의 대외활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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