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조만간 개각이 이뤄질 것을 공개적으로 예고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단행되는 이번 인사엔 선거에 출마할 뜻이 있거나 정부 출범 때부터 함께해온 장관들을 교체해 쇄신 분위기를 불어넣고 임기 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꾀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10일 오후 세종시 세종공관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개각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개각은 작게 두 차례 나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각 시점을 놓고 ‘연말 또는 연초가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정 총리는 “그보다 빠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가변적인 것이다 보니 상황을 봐야겠지만”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예산안 통과 이후 연말연초를 염두에 두고 인사를 준비 중”이라고 확인했다.
여권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개각 대상은 ‘장수 장관’과 ‘출마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직을 맡아 취임 3년이 훌쩍 넘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1차 대상이다. 이 중 김현미 장관은 한때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군에도 이름이 올랐지만, 최근 악화된 부동산 여론 탓에 청와대행은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고 말하는 등 문제적 발언을 여럿 남겼던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교체설이 흘러나온다.
‘출마 장관’으로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관심을 끄는 건 추 장관 교체 여부다. 추 장관은 다른 출마 희망자들과 함께 물러날 수도 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진 사퇴할 경우엔 출마 여부와 별도로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면 추 장관도 법무장관으로서 지휘 책임을 물으며 교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이다. 공수처가 출범하고 윤 총장이 물러나면 추 장관도 나갈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을 의욕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인사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장관을 교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 총리는 개각이 ‘작게 두 차례’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대선 도전설이 끊이지 않는 정 총리도 ‘적절할 시점’에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는 “보궐선거 나갈 장관은 오는 2월까지만 교체하면 되는데 이때 정 총리도 함께 교체될 수 있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해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인사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인사청문회 국면을 만드는 게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인사 수요가 많아 안 할 수는 없을 듯하다”며 “방역 성공과 경제 반등을 이어가면서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마무리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원철 이완 서영지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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