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를 외치며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9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개정안에는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지금의 ‘7명 가운데 6명 이상’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하고, 각 당이 열흘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대신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보유, 재판·수사·조사 실무 경력 5년 이상’이었던 공수처 검사 자격요건도 ‘변호사 자격 7년 이상’으로 완화됐다.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압도적인 머릿수를 앞세워 야당을 숨 돌릴 틈 없이 밀어붙였다. 개정안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라는 1·2차 관문을 통과하기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토론할 상황이 아니라서 토론을 종결하겠다”며 ‘기립 표결’을 강행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찬성 의견을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날치기도 이런 날치기가 없다”며 고함을 질렀다. 몸싸움 도중 윤 위원장의 의사봉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의사봉을 건네받은 윤 위원장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붙잡힌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의사봉을 쥐고 책상을 세번 두드려 가결을 선포했다.
비슷한 상황이 오후에도 반복됐다. ‘3%룰’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안건조정위를 거쳐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에는 민주가 없다’라는 문구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의 찬성으로 개정안은 가결됐다.
법사위에서 벌어진 여야 충돌은 9일 예정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사항전”을 선언한 국민의힘은 철야농성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최선을 다해 막아내고 이 법들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고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얼마나 무도한지를 국민들에게 최대한 알리기 위해 무슨 절차든 포기하지 않겠다. (회의에) 들어가서 따지고 얘기하고 알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가 하는 행태는 과거 정부의 실패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걸 넘어선 것”이라며 “입법·사법 등 전 헌법기관에 걸쳐 일상적으로 국정농단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철야농성 중인 국민의힘은 9일 본회의가 열리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민주당의 표결을 저지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이 ‘종결 동의’ 의사를 밝히면 회기가 끝나는 10일 0시엔 상황이 종료된다. 필리버스터를 한 법안은 다음 본회의 때 지체 없이 처리하게 되어 있어, 민주당의 요청으로 10일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첫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가 가능하다.
임시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다른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국회법상 24시간 뒤부터는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의결이 있을 경우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을 더하면 177명이며, 친여 무소속 의원을 포함하면 180명이 넘는다.
정환봉 이지혜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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