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민생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이 대표가 되면 세가지 도전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이낙연 세력을 확장하고, 친문도 반문도 아닌 이낙연의 정치를 명확히 보여주고, 그다음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무사히 안착해야 한다.”
지난여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장고 끝에 6개월짜리 임기의 당대표 출마를 결심했을 때,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 대표가 짧은 임기의 당대표에 도전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 등의 얘기가 한창 나올 때였다. 저 도전 과제를 완수하면 이 대표는 명실상부한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된다는 게 측근들의 분석이었다. 지난 6일 대표 취임 100일을 맞으며 임기의 반환점을 돈 지금 ‘이낙연 대표의 성적표’는 어떨까.
일단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지지율 수치만 놓고 보면 대표직 도전은 ‘마이너스’인 것처럼 보인다. 당대표 취임 이래 한국갤럽이 네차례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한차례도 이긴 적이 없다.
당내에서는 ‘득점 포인트’가 없었다는 걸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산 논란이 된 김홍걸 의원이나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로 논란이 된 이상직 의원을 제명한 것은 실점을 막은 것뿐이지 득점을 한 건 아니다. 반면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사태에서 먼저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언급한 것은 명백한 실점”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지난 10월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입주청사를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의 장점인 합리적 이미지와 친문재인 성향 지지자들이 바라는 ‘개혁 드라이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딜레마도 있다. 평소 현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이 대표는 최근 ‘추-윤 갈등’을 놓고 강경 발언을 이어나가는 등 친문재인 진영을 의식한 듯한 행보가 부쩍 늘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제3지대에 있으면서 일반 국민들과 당내 강경층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친문 진영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측근들은 “당을 대표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낙연 본인의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대표직이 대선 가도에 그림자를 드리울 거라는 예상은 단견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맡아 당내 권력투쟁으로 인해 분당을 겪고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시련을 겪었지만, 민주당이 2016년 총선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으면서 이를 만회했다. 이 대표 역시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리더로서 역량을 보여준다면 기회의 문은 얼마든지 활짝 열릴 수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한달 앞둔 지난 7월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총리 때 보던 이낙연이 지금 이낙연이고, 대표가 되면 또 다른 이낙연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이낙연’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제 또 다른 100일이 남았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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