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박수를 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고위급 공직자의 범죄를 전담해서 수사·기소하는 단일 권력기관이 탄생하게 됐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기구인 만큼, 초기에는 검사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3급 이상 공무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으로, 전체 규모가 7000여명에 이른다. 수사대상인 고위공무원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수사대상의 규모에 견주면
공수처의 규모는 크다고 보기 어렵다. 수사처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등 65명이 최대치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수사하기 위해 꾸려진 특검과 비슷한 규모다. 국정농단 특검은 파견검사 20명, 파견공무원 40명 등 60명 안팎으로 구성됐다.
이런 한계 때문에 공수처는 전체 수사대상의 범죄 혐의 중 일부분만 선택해 수사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공수처법은
다른 수사기관에는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를, 공수처에는 통보받은 사건 중 공수처가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을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도입된 기구인 만큼, 공수처는 당분간 검사 비위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남부지검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술접대를 받은 현직
검사 3명 중 2명을 불기소한 사건도 공수처가 있었다면 수사에 나섰을 법한 사건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 해법은 공수처뿐이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수처 수사대상엔 ‘검찰총장’도 명시되어 있다. 법무부가 수사 의뢰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혐의(‘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작성 지시) 사건은 현재 서울고검에 배당돼 있는데, 공수처가 원한다면 이 사건도 가져갈 수 있다.
공수처의 이런 ‘선택 수사’는 자칫하면 ‘정치 수사’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여당이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고, 공수처 검사의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도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의심하는 이들에겐 두고두고 공격거리가 될 수 있다. 공수처장과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특정 성향의 변호사들을 대거 수사처 검사로 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수처 역시 사건을 인지해 통보한 수사기관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노골적인 ‘봐주기’나 ‘보복’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사대상 7000여명 중 판사가 3000여명이라는 점 때문에 공수처가 판사 사찰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