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국정원)법 개정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강제종료 투표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참여해 찬성표를 던진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역사에 나쁜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진행과 관련한 투표에 국회의장이 참여해 여당 편을 들어준 것은 회의 진행의 책임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장은 법안이나 결의안, 예산안 등의 안건을 처리할 때 투표권을 행사한 적은 자주 있지만, 회의 진행과 관련해 자기 의견을 표명한 선례는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기 위해 무당적의 국회의장까지 투표에 참여해서 겨우 180석을 맞췄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강제종결 투표 의결정족수(180명)를 채우기 위해 당적이 없는 박 의장의 표까지 끌어왔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어제 박 의장이 기표소까지 가서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하고 그 한 표로 필리버스터가 중단됐다”며 “중립적으로 국회를 이끌고 야당의 발언을 보장해주는 의장이 맞나. 두고두고 역사에 나쁜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위원회에서의 투표만 금지될 뿐, 표결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압도적인 여대야소 상황에서 거대여당의 법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시키는 데 국회의장이 참여해 찬성표를 던진 것은 중립성 위배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국민이 봤을 때 국회의장은 중립성을 지켜 (여야 대치에서) 한발 비켜서 있어야 할 사람이다.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에는 의장이 참여하지 않는 게 적절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0일 야당이 국정원법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서자 “충분히 의사 표시를 보장해달라는 야당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강제종료를 시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지난 12일 저녁 8시께 민주당은 국정원법 개정안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한 상황인 만큼, 의사일정을 시급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후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뒤 표결이 진행됐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3일 만에 끝났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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