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연일 “범야권후보 단일화가 승리전략”이라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보궐선거를 100일 앞두고 논의의 무게추가 ‘야권 단일화’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국민의힘은 ‘100% 국민경선’ 등 다양한 방법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안철수 “당선되면 ‘연립 시정’으로 정권교체 교두보 마련”
안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시장에 당선돼도 정치보복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이번 보궐선거는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폭주, 전임 시장에 대한 정치적 심판의 의미도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마구잡이 내로남불식 적폐청산을 되풀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범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승리 전략을 말씀드렸다. 당선되면, 연립 시정을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드리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만들겠다는 게 시정 운영의 기조와 각오”라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국민의힘이 안 대표의 제안에 어떻게 화답하느냐다. 아직까지 국민의힘 지도부는 야권 단일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소수정당’을 이끄는 안 대표가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단일 후보가 되는 모습보단, 범야권후보 모두 입당해 당내 경선을 치르는 그림을 원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은 <한겨레>에 “책임감을 느끼고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 대표가 지향하듯 우리도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 대표가 유연하게 이 문제에 접근해줬으면, (입당해) 한 식구가 돼서 함께 수권정당으로 걸어갔으면 한다”고 거듭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의힘 내부 “파격적인 새 룰 내놔야”
당 일각에선 안 대표나 금 전 의원의 입당을 유도하기 위해 경선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한 경선룰(국민 80%, 당원 20%) 대신, 100% 국민 경선 같은 파격적인 새 룰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주장은 국민의힘 당헌·당규 중 “공관위에서 후보자를 선정, 최고위 의결을 거쳐 당 대표가 추천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다. 다만 국민의당 쪽에선 안 대표의 입당이나 사실상의 합당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정 의원도 ‘룰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에서 공관위원들의 입장을 들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 단일화 방식에 관한 질문을 받고 “공관위에서 앞으로 후보에 관한 모든 절차를 결정할 것”이라고만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날도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국민의힘 경선에서 기성 정치인이 아니라 새롭고 참신한 정치인이 후보로 선출되어야 한다”며 “유력 후보가 컷오프되고 탈락하는 이변과 역전극이 연출되어야 국민의힘 후보가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 저는 현직 교수로서 정치적 도전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키워온 뉴페이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선동 전 의원,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이종구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김근식 출마선언…나경원도 저울질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올라있는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상식이 바로 잡히는 대한민국, 헌법이 바로 설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서울시장 선거, 우리 당의 전당대회, 또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여러 가지 정치 일정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폭넓게 열어놓고 보고 있다. 제가 직접 나서는 것도 있을 것이고 돕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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