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9일 코로나 19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발표하자, 국민의힘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늑장 백신 논란’으로 뭇매를 맞던 정부가 백신 확보에 속도를 올리자 야권의 한껏 달아올랐던 기세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었다.
2천만명분 추가 확보에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짧은 논평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내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백신 도입을 확약받았다는 데 대해 “문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전화(문 대통령과 모더나사의 스테판 반셀 시이오와의 통화)는 어제가 아니라 지난 여름에 이뤄졌어야 했다. 세계가 백신 확보전에 뛰어들고 우리 전문가들이 절규했던 때”라고 비판했다. 이어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백신수급 관련 특강이 열리는 ‘온택트 정책워크숍’에 참여했지만, 정부의 추가 백신 계약에 대한 언급 없이 ‘늑장 백신’에 대한 비판만 쏟아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현재 45개 국가에서 코로나 백신 주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허둥지둥 코로나 백신을 확보했는지, 앞으로 언제부터 주사를 놓을 수 있는지 정확한 설명이 따르지 않고 있다”며 “백신을 제대로 도입을 해서 집단 방역 체제를 확립해야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는데, 우리는 개개인의 방역으로만 언제 집단 방역을 확보해서 경제 활성화에 조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이 전혀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거나 접종이 늦어질 염려는 사실이 아니라 했지만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대통령 말씀이 사실이 아닌 것 같아서 불안과 염려를 금할 수 없다”며 “방역과 백신 수급 상황 등을 정부가 국민에게 책임 있게 답변하기 위해서 긴급현안질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백신 추가 확보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이날 오전까지 정부의 백신 확보와 관련한 비판 논평을 냈던 원내지도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원내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빨리 백신을 구하는 게 국가 임무인데 그게 무슨 자화자찬할 일이냐”며 “시이오 말만 듣고, 모더나사 하나로 완전히 해결된 것처럼 떠드는 것도 문제가 있다. 시점이 중요한데 연내라는 게 도착 시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대통령 말만 가지고 아직 충분한지 판단하기가 이르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고 비판을 할 건 하고, 칭찬할 건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백신 공세 약화될 수밖에”…야당 ‘백신 선거전략’ 차질
여야를 막론하고 재보선 판도를 좌우할 쟁점으로 ‘백신 민심 잡기’가 떠오른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늑장 백신 확보’를 고리로 수세에 몰린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공세를 펴왔다. 하지만 정부의 추가 확보로 백신이 차질없이 공급된다면 ‘백신 선거전’을 노려온 야당으로서도 선거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4.15 총선에서도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지만 되치기를 당해 크게 패했다. 이번에도 백신에 대한 기대감 등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부가 발표한 일정대로라면 백신 접종 시기는 빠르면 4월로, 야권이 공격했던 것과 달리 일본 등과 비교해도 그리 늦지 않은 상황이다. 일정대로 이뤄진다면 재보선을 앞둔 야당의 백신에 대한 공세는 자연스럽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